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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경학 이론과 설계를 전달해드리는 클로이의 블로그입니다.

  • 2025. 4. 30.

    by. chloe2

    목차

      조경학에서 본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공공 조경 설계 개론

      조경학의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 개념 재정립

      조경학은 전통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조화롭게 설계하는 학문이지만, 최근 들어 도시사회학, 복지정책, 접근성 계획 등과 연계되며 공공의 평등한 이용권을 보장하는 사회적 도구로서의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socially disadvantaged group)란 노인, 아동, 장애인, 저소득층, 이주민, 여성 등 다양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공간 접근성과 이용에서 구조적 제약을 받는 집단을 의미하며, 이들을 위한 조경 설계는 단순한 배려를 넘어 설계의 기준 그 자체로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Rawls의 정의론(Theory of Justice)에서 제시한 '최소수혜자의 최대 이익'(maximin principle) 개념과 맞닿아 있다. 공공 조경 설계는 도시 공간의 한정된 자원 배분 속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가장 많은 이익이 돌아가도록 구성되어야 하며, 이때 조경학은 공공성(publicness), 형평성(equity), 접근성(accessibility), 포용성(inclusiveness)의 원리를 바탕으로 설계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예컨대, Kevin Lynch가 말한 '도시의 이미지화 요소(imageability)'는 특정 계층의 이동성과 인지 능력에 따라 다르게 경험될 수 있으며, 이는 동선, 표지 시스템, 그늘 제공 등에서 세밀한 차별화 설계를 요구하게 된다.

      또한 사회적 약자의 공간 이용 패턴은 일시적이기보다 반복적이고 생활 밀착형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경 설계는 단기적 이용성을 넘어 장기적인 정주성과 감정적 안정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Kaplan & Kaplan의 선호성 이론(preference theory)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관 요소가 예측 가능성과 탐색 가능성에 기반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는 공간의 가독성, 안전성, 휴식 제공 요소와 직접적으로 연계된다. 노약자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조경 설계는 이러한 심리적 안정성을 강화하는 설계 언어를 명확히 구현해야 하며, 음영처리, 완만한 경사, 명확한 공간 경계 등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

      조경학에서 공공성을 고려한 설계는 일반적 접근성과는 구분되는 '공정한 접근성(fair access)'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설계 초기 단계부터 약자 집단의 의견 반영과 사용 행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사용자 참여형 설계(participatory design)는 약자 집단의 주체적 경험을 반영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며, 이는 정량적 리서치와 정성적 인터뷰, 관찰 기반 데이터 수집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조경학은 이제 단순한 경관 창조를 넘어서 사회 구조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며, 이 글에서는 이러한 조경 설계 전략의 이론적 근거와 구체적 실천 전략을 분석해 나갈 것이다.

      조경학 기반 사회적 약자 유형별 설계 전략 분석

      노약자와 아동을 위한 안전·인지 기반 설계 원칙

      조경 설계에서 노약자와 아동은 가장 대표적인 공간 취약 계층이며, 이들을 위한 설계는 물리적 안정성뿐 아니라 정서적, 인지적 측면을 모두 아우르는 다층적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노인의 경우 시야각 감소, 보행 속도 저하, 균형 감각 약화 등 생리적 특성이 반영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경사도 5% 이하의 보행 경로 설계, 비포장 경로 대신 탄성 포장재 사용, 간격이 일정한 벤치 배치 등의 물리적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시각 대비를 높이는 색채 계획, 낙상 방지를 위한 고저차 제거, 쉼터 주변의 음영 확보 등도 함께 구성되어야 한다.

      아동의 경우는 놀이와 학습, 사회적 상호작용의 통합이 중요한 설계 목표가 된다. 특히 유아 및 초등 연령대 아동을 대상으로 한 공간에서는 감각적 자극 요소가 다양하게 통합되어야 하며, 이는 자연 기반 놀이공간(nature play), 안전 펜스 설치, 바닥 소재의 충격 흡수력 확보, 다양한 체험 요소(물, 모래, 식물 등) 등으로 실현된다. 최근에는 인지 발달에 초점을 둔 '인지적 경관(cognitive landscape)' 개념이 도입되어 공간의 구성 방식이 단순한 안전 확보를 넘어 아동의 학습 능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장애인과 이주민을 위한 포용적 설계 요소 통합

      장애인을 위한 조경 설계에서는 물리적 장벽 제거(Barrier Free)가 핵심 원칙이다. 경사로, 핸드레일, 점자 블록, 휠체어 회전반경 확보 등은 최소한의 물리적 조건이며, 여기에 더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 안내 장치, 자폐 스펙트럼 사용자에게 필요한 저자극 공간(quiet space) 조성 등 감각적 다양성까지 고려된 설계가 필요하다. 이때 설계자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7가지 원칙(공정성, 유연성, 단순성, 인지성, 오류 내성, 물리적 노력 최소화, 접근성 확보)을 기반으로 설계를 진행해야 하며, 이러한 요소는 단순한 설비가 아닌 공간 전반의 구조 속에 통합되어야 한다.

      이주민을 고려한 조경 설계는 문화적 배경에 따른 공간 이용 방식의 차이를 존중하고 반영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다양한 문화권의 휴식 방식, 언어 정보 시스템, 식재 선택, 커뮤니티 공간의 형태 등은 조경 설계에서 배려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공간의 상호문화성(interculturality)을 증진시킬 수 있다. 특히 조경 공간 내 다국어 표기 시스템, 문화적 중립성을 갖춘 식생 계획, 전통적 커뮤니티 정원 개념 도입 등은 공간 내 이주민의 소속감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조경 공간의 사회적 번역(social translation)'을 통해 다양한 배경의 사용자를 하나의 공공 구조 내로 통합하는 조경학의 실천 과제로 이어진다.

      조경학 기반 공공조경 요소별 포용 설계 비교 분석

      조경 요소별 사회적 약자 배려 설계 항목 정리

      조경 설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는 방식은 특정 공간 유형에 따라 상이하게 적용된다. 공원, 보행로, 쉼터, 놀이터, 정원 등 주요 조경 구성요소는 그 이용자 특성과 활동 목적에 따라 약자를 위한 특화 설계를 필요로 한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조경 요소 약자 고려 설계 항목 적용 예시 기대 효과
      공원 경사 최소화, 쉼터 간 거리 조절, 안전 조명 시니어 공원, 치유의 숲 이동성 향상, 정서적 회복
      보행로 점자 블록, 미끄럼 방지, 보도 폭 확보 무장애 산책로 안전한 이동, 시각장애인 유도
      쉼터 음영시설, 정온 구역, 벤치 설계 경로당 인근 쉼터 열 피로 감소, 정서적 안정
      놀이터 자연 기반 놀이터, 충격 흡수 바닥재 통합놀이터 아동 발달 지원, 안전 확보
      정원 감각적 식재, 접근 가능 동선, 촉각식물 활용 치유정원 감각 자극, 심리적 회복

      이러한 비교는 단지 물리적 설계 지침에 국한되지 않고, 이용자 중심 설계(user-centered design)의 실현 방안으로 이어진다. 특히 설계자는 약자별 특징에 맞는 요소 조합을 통해 공간 내 사용자 다양성을 존중하며, 동선의 연속성과 시각적 명확성 등을 종합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설계 지침의 제도화 및 평가 기준 설정 방향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조경 설계가 제도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평가 기준과 법제화된 설계 지침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Barrier-Free) 인증제도」가 대표적이며, 이는 일정 기준 이상의 물리적 접근성을 확보한 공간에 인증을 부여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물리적 배리어 제거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정서적 포용성이나 문화적 다양성까지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조경학은 이러한 제도를 보완하는 자체적 평가 프레임워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CABE(Commission for Architecture and the Built Environment)는 공공 디자인의 사회적 영향 평가를 위한 'Inclusive Design Toolkit'을 제시하며, 설계 전 과정에서 사용자 참여와 맥락적 설계를 강조한다. 조경학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설계 전 사전 인터뷰와 이동 동선 시뮬레이션, 문화권별 공간 이용 리서치, 체험 기반 프로토타이핑 등 다양한 방식의 사전 평가 도구가 통합되어야 하며, 이러한 평가 결과는 설계안 조정 및 사후 유지관리 계획까지 영향을 미쳐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조경 설계가 단발성 과제가 아닌 제도화된 프로세스와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를 확보할 때, 도시 전체의 포용성이 강화된다. 조경학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과학적 설계와 윤리적 감수성을 결합해 나가야 하며, 공공성을 실현하는 공간을 통해 도시 사회의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증진시킬 수 있다.

      조경학 중심의 미래 전략과 정책적 제안

      공공조경 설계의 통합 전략 수립 필요성

      조경학은 이제 단순히 자연을 설계하는 기술이 아니라, 도시 구조 안에서 사회적 정의와 형평성을 실현하는 인프라 전략으로 기능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공공조경 설계는 단편적인 접근이 아니라, 통합적 전략으로 수립되어야 하며 도시계획, 복지정책, 보건의료, 교통 인프라와 함께 연계되는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경학은 지역 계획 수립 시 '사회적 약자 중심의 조경 체크리스트'와 같은 실무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 지자체의 공공 프로젝트에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전략 수립에는 지표 기반 의사결정 도구(Decision Support Tool)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미국 LEED-ND(Neighborhood Development) 평가체계에서는 공공공간의 접근성과 포용성을 점수화하며, 조경학도 이에 상응하는 공공성 중심 지표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조경 공간의 형평성, 기능성, 지속가능성, 접근성 등 요소별로 분류된 정량적 지표는 계획·설계·시공·유지관리 전 단계에서의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며, 특히 사회적 약자와의 연계성을 기반으로 한 평가 지표는 향후 도시 조경의 핵심 프레임이 될 수 있다.

      조경학의 제도적 위상 재정립과 교육의 변화 방향

      정책 수준에서 조경학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의 정비와 함께 조경 전문가의 제도적 위상도 재정립되어야 한다. 현재 국내의 조경 관련 법령은 일부 개발사업 중심의 규정에 머물러 있으며, 조경이 도시복지나 공공건강, 사회 통합을 실현하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 향후에는 '조경복지기본법'과 같은 통합적 정책 법령의 제정이 필요하며, 이는 고령사회, 저출산, 이민 확대 등 사회 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설계 기반을 마련해줄 수 있다.

      한편, 조경학 교육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공간미학 중심의 교육을 넘어서, 인권 기반 설계, 사회심리학, 정책연계 기획, 사용자 조사 기법 등 융합형 실무 교육과정이 강화되어야 하며, 특히 공공 조경 설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고려한 스튜디오 기반 실습 중심의 교육 훈련은 현장 적용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조경학은 미래 도시의 포용성과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데 있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설계적 감성과 과학적 지식, 정책적 사고가 통합된 진정한 융합 학문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

      조경학에서 본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공공 조경 설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