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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경학 이론과 설계를 전달해드리는 클로이의 블로그입니다.

  • 2025. 4. 27.

    by. chloe2

    목차

      조경학 관점에서 본 도심 소공간의 정의와 활용 가능성

      1. 도심 소공간의 이론적 개념과 조경학의 해석

      도심 소공간(Urban Small Spaces)은 대규모 개발지 혹은 공공 인프라의 여백으로 남겨진 자투리 땅이나, 보행 동선의 교차점, 도심 내 자율적 경관 틈새 등에 위치한 소규모의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수백 제곱미터 이하의 면적을 가지며, 일정한 구조나 형태 없이 비정형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공간들은 기존 도시계획 및 건축물 설계의 잉여로 간주되거나, 효율성이 낮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조경학에서는 이들을 잠재적 공공 자산으로 해석하고, 도시 커뮤니티의 활력을 되살리는 중요한 전환 지점으로 보고 있다.

      조경학에서 도심 소공간은 단지 물리적 공간이 아닌, 도시조직의 연속성을 매개하는 네트워크의 일부로 간주된다. 이러한 접근은 Kevin Lynch(1960)의 '도시의 이미지(Image of the City)'에서 나타나는 경관 요소 중 ‘노드(Node)’와 ‘경계(Edge)’ 개념과 연관되며, 소공간은 도시민의 움직임과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그 장소성을 획득한다. Jane Jacobs 또한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1961)에서 도시의 복잡성과 인간 중심성 회복을 위해 소규모 공간의 자율적 활용과 커뮤니티 기반 공간 구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은 William Whyte의 ‘사회적 밀도(social density)’ 개념과도 맞닿는다. Whyte는 뉴욕 맨해튼의 소형 공공공간에서 이뤄지는 사람들의 활동 패턴을 분석하여, 물리적 크기보다 공간 배치, 가시성, 접근성, 이용자 간 시선 교차와 같은 비물리적 요소들이 사람들의 체류와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즉, 조경학은 이러한 소공간을 도시의 '사회적 접점'으로 설정하고, 경관 설계와 커뮤니티 활성화의 핵심 모듈로 재구조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2. 도심 소공간 유형별 분류와 활용 전략

      조경학적으로 도심 소공간은 그 위치, 형태, 기능에 따라 다음과 같이 유형화할 수 있다: (1) 잔여지형 소공간(remnant lots), (2) 교차점 소공간(interstitial nodes), (3) 저층부 연결 소공간(podium-linking spaces), (4) 장벽 이면 소공간(edge voids), (5) 가로 수직 소공간(vertical streetscape). 이들 각각은 상이한 도시 문맥과 커뮤니티 요구를 반영하며 설계 방향 또한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잔여지형 소공간은 철도선로나 고가도로 하부에 주로 형성되며, 생태적 회복력 및 커뮤니티 정원 형성에 유리한 조건을 가진다. 교차점 소공간은 보행자 흐름이 집중되는 지역으로, 체류형 퍼블릭 퍼니처, 예술 설치물, 노천 공연장 등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저층부 연결 소공간은 도시 내 상업/주거 복합구조의 플랫폼 간 연결을 촉진하는 경관 허브로 기능할 수 있다. 이처럼 유형별 전략은 설계의 입체성과 기능적 목적을 동시에 고려하는 복합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이러한 전략들을 실현하기 위해 조경학은 다층적 설계 기법을 적용한다. 대표적인 기법으로는 '프로그래밍된 유연성(programmed flexibility)', '가변적 경계(fluid boundary)', '상호작용 기반 경관(interactive landscape)' 설계가 있다. 이는 공간이 고정된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계절, 사용자 집단에 따라 가변적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된다는 점에서, 도시 커뮤니티의 동적 특성과 잘 부합한다.

      [표1] 도심 소공간 유형별 분류 및 조경 설계 적용 전략

      유형 정의 대표적 사례 설계 전략
      잔여지형 개발 잉여지, 고가하부 서울 성수 고가하부 커뮤니티 가든 식생 중심, 정원화, 지역 커뮤니티 연계
      교차점 보행 흐름 교차점 도쿄 시부야 모리노테라스 소규모 퍼포먼스, 쉼터, 포토스팟 조성
      저층 연결 건물 사이 공유지 뉴욕 하이라인 입구 광장 상업+문화 복합 플랫폼, 노천문화 공간
      장벽 이면 도로변, 담장 후면 런던의 미니 팝업 가든 저조도 활용, 반사형 예술 조명 적용
      수직 가로 건물 측벽, 입면 부산 서면 가로벽 미디어 아트 식물 설치, 투사조명, 미디어아트 결합

       

      조경학 관점에서 본 도심 소공간 활용과 커뮤니티 활성화

       

      조경학 기반 도심 소공간의 커뮤니티 활성화 전략

      1. 커뮤니티 중심 소공간의 사회적 기능

      조경학은 도심 소공간을 지역 커뮤니티 형성과 사회적 교류 증진의 중심 거점으로 본다. 이는 물리적 공간의 활용을 넘어, 그 공간이 지역 주민 간의 연결, 공동체 정체성 강화, 집합적 기억의 장소로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관점은 사회적 인프라(social infrastructure) 이론과 밀접하게 연계된다. Eric Klinenberg(2018)은 『Palaces for the People』에서 공공 도서관, 공원, 놀이터, 도시 소공간과 같은 사회적 인프라가 공동체의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는 핵심 기반임을 제시하였다. 조경학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공간화하여, 도심 내 소공간이 문화, 교육, 놀이, 돌봄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한다.

      사회적 지속가능성(social sustainability)을 실현하는 핵심으로 조경학은 '참여적 설계(participatory design)' 원칙을 적용한다. 이는 사용자가 설계 과정에 의견을 제시하고, 운영과 유지관리에도 관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특히 소공간은 규모가 작고 접근성이 높아 주민 참여가 용이하며, 이는 공간에 대한 애착도(attachment)와 지속적 활용도(occupancy rate)를 자연스럽게 높인다. 단순한 휴게시설이나 경관 보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의 스토리텔링, 공공 예술, 지역축제, 워크숍, 플리마켓, 텃밭 등의 활동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사회적 생태계(social ecosystem)'로 공간이 기능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2. 조경학적 프로그래밍과 운영 모델

      조경 설계자는 도심 소공간을 단기적 시범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운영 모델을 설정한다. 대표적인 예가 '오픈 프로그램(open program)'과 '전이적 프로그래밍(transitional programming)'이다. 오픈 프로그램은 공간 내 다양한 활동을 수용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고정 구조만 배치하고, 사용자 스스로 프로그램을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반면 전이적 프로그래밍은 시간에 따라 공간 기능이 변형되도록 설계하는 것으로, 예컨대 주간에는 어린이 놀이터로, 야간에는 소규모 커뮤니티 영화 상영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조경학에서 이러한 프로그래밍은 단순한 이벤트 기획을 넘어 공간 구성 요소에 통합된다. 유닛형 가구(flexible modular furniture), 이동식 식재 박스(mobile planter), 임시 구조물(pop-up canopy), 투사형 바닥 조명(projection light floor) 등은 물리적 경계 없이도 공간의 목적을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디지털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과 연동하여 공간의 사용 이력을 시각화하고, 사용자 참여를 지속적으로 촉진하는 방식도 병행되고 있다. 이는 공간을 물리적으로 넘어서 디지털 거버넌스를 포함하는 새로운 도시 소공간 설계 패러다임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조경학에서의 도심 소공간 활용은 공간 그 자체보다, 그 공간을 둘러싼 ‘활동의 패턴’과 ‘사회적 연결성’에 초점을 두고 전개된다. 커뮤니티는 공간을 통해 조직되고, 조경 설계는 그 조직의 형태와 흐름을 조율하는 매개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조경학에서 본 도심 소공간의 생태적 전환과 기후 회복력 설계

      1. 소공간의 생태적 잠재력과 도시 생물다양성 회복

      도심 소공간은 한정된 면적에도 불구하고 도시 생태계 복원에 핵심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생태적 단위(ecological units)로 간주된다. 조경학은 이 공간들이 미기후 조절, 생물서식처 제공, 수자원 순환, 생물다양성 회복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도시 내에서 단절된 녹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생태적 스티치(ecological stitch)’의 개념은 조경 설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예를 들어, 생물 다양성이 높은 자생식물을 소공간에 도입함으로써 도시 내 생태적 연결성을 높이고, 야생조류와 곤충이 이용 가능한 회복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침투성 포장(permeable pavement)과 빗물 정원(rain garden)을 조합하여 강우 시 수자원 순환을 촉진하고, 소형 지붕정원(pocket green roofs)이나 수직 녹화(vertical greening)은 열섬현상 완화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도시의 회복력(urban resilience) 증진에도 기여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조경학의 전략적 도구로 기능한다.

      2. 기후적응형 조경 설계를 통한 소공간 기능 확대

      조경학에서 도심 소공간은 기후적응형 인프라(climate-adaptive infrastructure)의 중요한 실천 대상이 된다. 이는 기후 위기로 인해 빈번해지는 폭염, 국지성 집중호우, 대기오염 등 환경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을 설계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소공간은 기후 환경의 센서 역할을 하며, 미기후 조절과 주민 행동 양식 변화 유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설계 사례는 식생 피복률을 높이고, 음영 공간을 확보하며, 다공성 재료를 활용해 지표면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조경 설계자는 자동 관수 시스템, 기후센서 기반 조명 제어 시스템, 사계절 생태 순환계획을 통합함으로써, 도심 소공간이 ‘기능하는 생태 노드’로 진화하도록 한다.

      이는 단순히 경관적 요소가 아닌 환경정책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유럽의 여러 도시들은 소공간 기반 생태지표를 도시계획지표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최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도시 바람길 숲 조성사업’은 이러한 조경학적 전략을 공공정책으로 수용한 사례다. 결과적으로 도심 소공간은 조경학의 관점에서 미시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도시 생태회복 전략의 실험실이자 실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조경학 기반 도심 소공간의 경제·문화적 가치 확장 전략

      1. 경제적 가치 창출을 위한 도시 재생과 연계 설계

      조경학은 도심 소공간을 도시재생 전략의 중요한 자산으로 간주하며,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창업 기반 확대,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되는 통합적 공간 설계를 지향한다. 실제로 미국의 ‘Pavement to Plaza’ 프로그램이나 서울시의 ‘자투리땅 공원화 사업’은 도심 내 활용되지 않던 자투리 공간을 소규모 상점, 푸드트럭 존, 커뮤니티 마켓, 도시농업 플랫폼 등으로 전환하여 지역 상권을 활성화한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조경학은 이러한 공간 전환을 위해 ‘경제 기반 경관 디자인(economic-based landscape design)’ 개념을 도입한다. 이는 경관 요소를 지역 생산자와 직접 연결하거나, 경제 활동의 인프라로 기능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소공간 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테마형 플랜터를 배치하거나, 커뮤니티 아트 벽화를 통해 방문 유인을 높이는 등 다층적인 경제적 목적을 경관 속에 통합하는 전략이 포함된다.

      2. 문화예술 콘텐츠와의 결합을 통한 장소성 강화

      도심 소공간은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적 캔버스가 될 수 있다. 조경학은 소공간을 문화적 실천의 실험장으로 해석하며, 공공예술, 공연예술, 커뮤니티 기반 콘텐츠와의 융합을 통해 장소성을 극대화하는 설계를 지향한다. 특히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는 아트 프로젝트는 공간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내외부에 드러내는 중요한 도구로 기능한다.

      조경 설계자는 이를 위해 ‘문화 감응형 설계(culturally responsive design)’ 기법을 적용한다. 이는 지역의 역사, 사회적 맥락, 문화적 기호를 분석하여 공간의 디테일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지역의 공예전통을 조형물로 반영하거나, 특정 공동체의 기억을 담은 서사적 경관구성을 통해, 방문자와 주민이 공간을 해석하고 체험하는 다층적 층위를 형성한다. 이처럼 조경학은 도심 소공간을 단순한 장식적 공간이 아니라, 경제·문화·사회가 응축된 복합적 상징 공간으로 재정의하며, 도시 내부의 빈틈을 새로운 가치 창출의 거점으로 전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