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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경학 이론과 설계를 전달해드리는 클로이의 블로그입니다.

  • 2025. 4. 26.

    by. chloe2

    목차

      조경학 이론으로 본 어린이 놀이환경의 개념과 공간적 의미

      1. 놀이 개념과 조경학의 교차점

      어린이 놀이환경은 단순히 물리적 놀이기구의 집합체가 아니라 아동의 발달, 사회적 상호작용, 창의적 사고를 유도하는 복합적인 공간 구조를 필요로 한다. 조경학은 이러한 놀이환경을 설계하는 데 있어 심리학, 환경행동학, 발달이론 등과 밀접하게 교차하며, 공간이 단순한 장소(place)가 아니라 경험의 장(field of experience)으로 기능함을 강조한다.

      Huizinga(1938)의 『Homo Ludens』에서는 놀이를 인간 문명의 핵심 활동으로 제시하며, 놀이가 창조성, 사회성, 자율성의 기반이 된다고 보았다. 이를 조경학에 접목하면, 어린이 놀이공간은 단순히 신체적 활동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성, 감성의 발현이 가능하도록 공간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설계 명제가 도출된다. 이는 Moore(1986)의 어린이 놀이공간 이론에서도 동일하게 제시되며, 그는 "복잡성, 다양성, 자율성"을 갖춘 환경이 아동의 전인적 발달에 필수적이라 주장하였다.

      조경학에서는 이러한 요구를 반영하여 '경험 기반 설계(experience-based design)', '사용자 중심 조경(user-centered landscape)', '인지적 지형(cognitive landscape)' 등의 개념을 발전시켜왔다. 특히 아동은 공간 구조를 선형적 흐름이 아닌 다중경로(multi-path), 다감각적(multi-sensory) 방식으로 인식하므로, 설계자는 이질성, 변화성, 경계성의 조합을 통해 놀이의 창발성을 유도해야 한다. 예컨대, 부드러운 경사면은 미끄럼 놀이가 가능하면서도, 높이 감각을 체험하게 해주며, 불규칙한 포장 패턴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이동 동선을 형성한다.

      2. 놀이유형 분류와 조경 공간의 적용 가능성

      놀이는 Piaget(1962)에 의해 감각운동기→상징놀이기→규칙놀이기로 분류되며, 각 단계는 놀이 공간 구성에 다른 설계 전략을 요구한다. 감각운동기 아동은 신체적 움직임 중심의 놀이를 선호하므로 균형잡기, 기어가기, 흔들기 등의 기능이 중심이 된다. 반면 상징놀이기는 역할극, 상황극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상상의 확장을 도모하기 때문에 테마가 있는 공간, 숨기고 찾는 구조, 적절한 은폐공간이 요구된다.

      조경 설계에서는 이러한 심리발달 단계를 반영하여 공간을 위계화하거나, 다양한 사용 행위가 중첩될 수 있는 레이어드 구조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자연 요소(모래, 물, 돌 등)는 오픈엔디드(open-ended)한 놀이를 가능하게 하며, 인공 구조물(데크, 작은 벽체)은 이야기 만들기나 '집 짓기 놀이'의 재료로 기능한다. 이처럼 조경학은 유희성과 학습성, 사회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복합적인 설계 언어를 통해 놀이환경을 정의하고 구성한다.

      조경학은 결국 어린이 놀이환경을 하나의 배움의 생태계로 간주하며, 심리학적 모델과 행동패턴 분석을 설계의 주요 지표로 삼는다. 이는 단지 "놀이기구를 설치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아동의 일상성과 창의성을 공진화(co-evolution)시키는 장소로 공간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조경학 기반 창의성 촉진형 놀이환경 설계 전략

      1. 창의성 이론과 조경 설계 간의 통섭

      조경학이 창의적인 놀이환경을 설계할 때 고려하는 중심 이론 중 하나는 Vygotsky(1978)의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ZPD) 개념이다. 이 이론은 아이가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어른 또는 또래의 도움을 받아 도달 가능한 수준 사이에 존재하는 발달 가능 영역을 말한다. 조경 설계자는 이러한 발달 가능성을 물리적 공간 요소로 전환하여 아이들의 잠재 능력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정한 난이도의 도전 요소가 있는 시설, 협동적 행동을 유도하는 구조는 ZPD를 자극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놀이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창의성의 발생지로 기능한다. Runco(2007)는 창의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재구성하거나, 다양한 해결안을 탐색하는 능력'으로 보았으며, 물리적 공간은 이를 실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조경학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공간구성으로 실현하기 위해 “비결정적 구조(indeterminate structure)”, “비형식적 요소(non-formal element)” 개념을 채택한다. 이는 사전에 규정된 기능을 부여하지 않고, 사용자의 상상력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공간 요소를 의미한다. 구조화되지 않은 목재 블록, 이동 가능한 자연물, 형태가 모호한 지형 등이 이에 해당하며, 이는 아동이 직접 놀이 시나리오를 창조할 수 있도록 한다.

      2. 창의 조경 디자인의 구성 요소와 실천 방식

      창의성 유도형 조경 설계를 위한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틀에서 구체화될 수 있다: (1) 공간의 유연성, (2) 자극의 다양성, (3) 상호작용의 개방성이다. 첫째, 유연한 공간은 단일 기능에 고정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다. 예컨대, 낮에는 아이들의 도전놀이장으로, 저녁에는 가족의 소규모 피크닉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경사면 잔디 언덕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자극의 다양성은 감각 통합 이론(Sensory Integration Theory)에 근거하며, 아동이 시각, 청각, 촉각, 고유수용감각 등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는 다양한 재질의 바닥 포장, 움직이는 구조물, 반사와 투과 효과가 있는 벽체 등으로 구현된다. 셋째, 상호작용의 개방성은 타인과의 협업을 가능케 하는 설계 요소로, 공동으로 물을 퍼올릴 수 있는 펌프형 워터플레이존, 함께 돌을 옮겨 구조물을 만드는 공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창의 조경 설계는 단지 독창적 형태를 만들기 위한 기법이 아니라, 아동의 내면세계와 상상력을 자극하여 스스로 놀이를 창출하고, 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환경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설계 철학은 결국 “놀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놀이가 일어나도록 돕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는 조경학적 사명과 직결된다.

       

      조경학 이론으로 해석하는 어린이 놀이환경과 창의 조경 디자인

      조경학에서 해석하는 감각통합 기반 놀이환경 구성 원리

      1. 감각 통합 이론(Sensory Integration Theory)과 조경학의 연계

      감각 통합 이론은 Jean Ayres(1972)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으며, 다양한 감각 자극을 아동이 신경학적으로 처리하고 통합하는 능력이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이 이론은 특히 발달 초기 단계에 있는 아동에게 중요한 이론으로 받아들여지며, 오늘날 조경학에서 놀이환경 설계의 이론적 배경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조경학은 공간 설계 과정에서 감각 통합 요소를 반영함으로써, 아동의 감각 발달과 정서적 안정, 사회적 상호작용, 창의적 사고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

      감각통합은 크게 촉각, 전정감각(균형 및 움직임 인지), 고유감각(관절과 근육의 움직임 인식), 시각, 청각 등으로 나뉘며, 조경 설계자는 이러한 감각 영역별 특성을 공간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양한 질감의 바닥재(모래, 조약돌, 잔디), 흔들리는 로프 브리지나 구름 사다리 같은 구조물은 전정감각과 고유감각 자극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시각적 대비가 강한 컬러 포장재, 음향 반사 구조는 시각·청각 통합을 자극하는 요소가 된다. 조경학에서는 이러한 감각 자극 요소들을 단지 기능적 기준이 아닌 '감각 경험의 네트워크'로 설계함으로써, 놀이의 감각적 몰입도를 높인다.

      감각통합 놀이환경은 특히 자폐 스펙트럼 아동,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 등 특수 발달군 아동에게도 효과적이며, 포괄적 조경 설계(universal design)의 실천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조경학은 단순한 놀이공간의 조성에서 벗어나, 치료적 환경(therapeutic landscape) 개념까지 포괄하며 보다 넓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설계 행위로 확장되고 있다.

      2. 감각통합 설계를 위한 공간 구성 전략

      감각통합 기반 조경 설계를 실천하기 위한 공간 전략은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구조화될 수 있다. 첫째, 다양한 감각 자극의 분포와 균형이다. 이는 감각과잉(overstimulation)이나 감각결핍(understimulation)을 방지하기 위한 설계 전략으로, 공간 내 자극 밀도를 구획별로 달리 배치함으로써 감각 경험의 강약 조절이 가능하다. 예컨대, 밝고 역동적인 영역 옆에 비교적 조용하고 음영이 많은 쉼터 공간을 배치하여 감각 흥분 후 회복을 위한 구역을 마련하는 것이다.

      둘째, 자극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다. 아동은 불확실성에 취약하므로, 감각 자극이 갑작스럽게 변화하거나 방향성이 없을 경우 불안감이 유발될 수 있다. 따라서 공간 내 자극 요소는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패턴으로 구성되거나, 흐름에 따른 연속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조경 설계에서는 이를 위해 반복적 식재 패턴, 유도되는 동선 구조, 점진적 조명 변화 등을 활용한다.

      셋째, 감각 통합적 상호작용 유도 구조이다. 이는 감각 자극이 단일 감각에만 국한되지 않고 복합적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구조로, 물의 흐름과 소리, 빛의 굴절 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워터월(water wall), 사운드 터널, 감광 반응형 구조물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구조물은 아이들이 직접 상호작용하며 감각적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감각 통합의 경험을 극대화한다.

      [표1] 감각통합 이론 기반 놀이요소와 조경 설계 적용

      감각 영역 자극 요소 예시 조경 설계 요소 적용
      촉각 다양한 표면 질감 모래, 잔디, 코르크, 금속 바닥재
      전정감각 흔들림, 기울기 흔들다리, 트램폴린, 경사 슬로프
      고유감각 근육/관절 자극 클라이밍 벽, 밸런스 빔
      시각 색상 대비, 패턴 다채로운 색상 블록, 회전 표면
      청각 소리 반사, 반복음 사운드 파이프, 자연소리 장치

      이러한 설계 전략을 통해 조경학은 감각 중심 놀이환경을 학문적 기반에서 구성하고, 아동의 발달적 요구와 창의적 활동의 통합적 조화를 도모한다. 특히 감각통합 기반 조경 설계는 단지 치료적 차원을 넘어서, 모든 아동이 평등하게 감각 경험을 누릴 수 있는 포용적 공간 구성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이는 현대 조경학의 사회적 책무와 직결된다.

       

      조경학 기반 어린이 놀이환경의 지속가능성과 도시 조경 전략

      1. 놀이환경의 지속가능성 개념과 조경학의 통합적 접근

      최근 조경학에서는 어린이 놀이환경을 단지 일시적 경험의 장이 아닌, 도시 생태계의 일부이자 세대 간 지속가능한 가치 형성의 공간으로 접근하고 있다. 놀이환경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in play environments)은 물리적 내구성이나 생태적 효율성을 넘어, 아동의 삶의 질 향상, 사회문화적 포용성, 교육적 가치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 이용 만족도를 넘어서 중장기적으로 지역사회와 환경에 기여하는 놀이 공간 구조를 의미하며, 조경학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공간적, 생태적, 사회적 전략을 융합적으로 적용한다.

      지속가능한 놀이공간 설계를 위한 첫 번째 전략은 생태 기반 설계(ecologically grounded design)이다. 이는 기존 도시 녹지 시스템과 연계된 설계 구조를 말하며, 예를 들어 빗물 정원, 식생 완충지, 그린루프 등을 놀이 공간과 통합하여 도시 생태 흐름에 기여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아동은 단순한 놀이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생태적 순환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으며, 공간은 교육적 역할까지 확장된다. 두 번째 전략은 저영향개발(LID: Low Impact Development) 기법의 도입이다. 이는 토양 침투, 물순환, 재생 가능한 자재 사용 등을 포함하며, 아이들이 놀이와 동시에 지속가능한 도시 환경의 일부로서 행동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2. 지역사회와의 연계성 및 참여 설계 강화

      조경학에서는 놀이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지역사회 참여 기반의 설계를 강조한다. 어린이 놀이공간은 특정 집단만의 공간이 아니라, 부모, 보호자, 지역 주민, 행정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로 조성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공간의 활용률, 관리 효율성, 정서적 애착도가 높아진다. 이와 관련하여 Sanoff(2000)는 '참여 디자인(participatory design)'이 공공 공간의 유지관리와 사회적 응집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조했으며, 조경학은 이를 놀이환경 설계에 적용해 다양한 계층이 주체적으로 관여하는 구조를 설계 초기 단계부터 반영한다.

      특히 어린이의 직접 참여(child-inclusive design)는 최근 도시 조경 계획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접근이다. 이는 단지 아동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공간에 대해 느끼는 감정, 상상, 서사를 설계 요소로 수용하는 것이다. 조경 설계자는 드로잉 워크숍, 모형 만들기, 그림 일기 등의 방식을 통해 아이들의 공간 감각을 시각화하고, 이를 설계 도면으로 전환하는 협업 방식의 구조를 도입할 수 있다. 이 과정은 공간에 대한 정체성 형성과 애착 형성을 동시에 유도하며, 결과적으로 유지관리에 대한 공동 책임의식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놀이환경은 단순한 기능성이나 디자인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회·생태·문화적 가치를 총체적으로 담아내는 공간으로서 조경학의 주요 과제가 되고 있다. 도시의 변화 속도와 인구 구조의 다양화 속에서 놀이공간은 '아동을 위한 공간'을 넘어, '모두를 위한 회복력 있는 공동체 공간'으로 발전해야 하며, 조경 설계자는 이러한 전환의 중심에 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