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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경학 이론과 설계를 전달해드리는 클로이의 블로그입니다.

  • 2025. 4. 25.

    by. chloe2

    목차

      조경학에서 본 공공 공간 내 갈등 해소를 위한 조경 이론적 배경

      1. 공공 공간의 갈등 발생 원인과 조경학의 개입 필요성

      도시 내 공공 공간(public space)은 다양한 사회 계층, 연령, 문화적 배경을 가진 시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서 본질적으로 다원성과 혼합성을 내포한다. 이러한 복합성은 필연적으로 공간 사용의 충돌, 가치관의 차이, 자원 배분 문제 등 다양한 형태의 갈등(conflict)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조경학의 역할은 중재자이자 공간 디자이너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공공 공간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갈등 유형으로는 공간 점유에 대한 갈등, 활동 시간대의 충돌, 시설물 이용 우선순위에 대한 이견, 특정 이용자 집단에 대한 배제 등이 있다(Banerjee, 2001).

      조경학은 이러한 갈등을 단순한 공간 구성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관계의 표현'으로 해석한다. 즉, 공간 구성은 그 자체로 권력, 배제, 접근성(accessibility), 공정성(equity)을 반영하는 사회적 코드이며, 이에 따라 설계자는 단순한 형태 구성에서 나아가 공간의 포용성, 가변성, 중립성 등을 고려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이론적 전제는 Lefebvre(1991)의 "공간의 사회적 생산" 개념과도 연계되며, 공공 공간의 설계는 단지 시각적 미학을 넘어서 사회구성원의 권리와 참여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경학적 책임이 강조된다.

      2. 조경학에서의 갈등 해소 프레임워크와 이론 모델

      조경학에서는 공공 공간에서의 갈등 해소를 위한 전략을 세우기 위해 다양한 이론 모델을 수용한다. 대표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협력적 설계(collaborative design), 참여 기반 계획(participatory planning), 중립적 공간구성(neutral zoning) 등의 개념이 있다. Healey(1997)는 갈등을 단순히 제거해야 할 문제가 아닌 '공공성의 재구성' 기회로 해석하며, 이를 위해 설계자는 다양한 이해당사자(stakeholder)의 목소리를 반영한 절차적 정당성(procedural justice)을 설계 프로세스에 내재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Arnstein(1969)의 시민 참여 사다리(ladder of citizen participation)는 사용자의 참여 수준에 따라 공공 공간 설계의 정당성과 수용성이 달라짐을 설명하며, 조경학에서는 이 모델을 근거로 한 커뮤니티 디자인 전략이 다수 제안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공간계획 초기 단계부터 다양한 계층(고령자, 아동, 장애인 등)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설계안 발표와 피드백 과정을 반복하는 협상적 설계 방식은 갈등을 사전에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표1] 공공 공간 내 갈등 유형과 조경 전략 대응 방식

      갈등 유형 조경 전략 적용 사례
      공간 점유 갈등 다중 존계획(Zoning), 유연한 공간 활용 커뮤니티 가든, 다기능 광장
      시간대 충돌 시간 분할 설계(Temporal zoning) 어린이 놀이터의 시간대 구분 사용
      시설물 우선순위 갈등 이용자 그룹별 Needs Assessment 후 우선순위 설정 운동시설과 휴식 공간의 병존 설계
      이용자 배제 문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설계, 문화적 중립성 고려 다양한 국적·연령층을 위한 공공공간 설계

      이러한 이론적 기반을 바탕으로 조경학은 단순한 공간의 조형적 구성에 머무르지 않고, 공공성의 정치적 가치와 설계자의 윤리적 책임까지 포괄하는 학문적 체계로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갈등 해소는 설계 행위 자체의 목표이자, 공공 공간이 지속 가능하게 기능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조경학에서 본 공공 공간 내 갈등 해소를 위한 조경 전략

       

      조경학 기반 상호작용 유도형 설계를 통한 갈등 완화 전략

      1. 공간 내 상호작용 구조와 사회적 연결망의 강화

      조경학에서는 갈등의 원인을 단순한 자원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 환경이 사회적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을 제한하거나 왜곡하는 구조로 분석한다. 즉, 공간 내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은 사회적 이해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오해와 배제로 확산되기 쉽다. 따라서 상호작용 유도형(interaction-oriented) 조경 설계는 다양한 이용자 집단 간에 자연스럽고 우호적인 접점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William H. Whyte(1980)의 공공장소 행동 관찰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대화를 유도하는 공간적 요인으로 가시성(visibility), 접근 용이성(accessibility), 편의시설의 분포 등을 지적하였다. Whyte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장소는 단순히 시설이 많은 곳이 아니라, 상호작용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은 조경 설계에서 개방된 공간 구조, 대화 가능한 거리의 벤치 배치, 시야의 투명성 확보, 공용 테이블의 활용 등 다양한 형태로 적용된다.

      2. 커뮤니티 기반 설계와 행위적 중립성의 조율

      상호작용을 유도하기 위한 또 하나의 핵심 전략은 행위적 중립성(behavioral neutrality)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정 공간이 특정 이용 행위를 강제하거나 특정 집단에게만 익숙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그것은 비의도적으로 타자를 배제하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다. 조경학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중 가능성(multiple affordances)"을 갖춘 공간 설계를 지향한다. 이는 Gibson의 어포던스 이론을 조경 설계에 적용한 개념으로, 다양한 해석과 이용 방식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열어두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 놀이터를 특정 연령층만 사용하는 폐쇄적 공간이 아니라, 보호자 휴식 공간, 청소년의 간이 운동공간, 고령자의 산책 경로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확장하면, 하나의 공간이 다양한 행위를 수용하는 다층적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다기능 공간은 갈등을 예방하고, 이용자 간 자율적인 역할 조정이 가능하게 한다.

      조경학적 물리적 디자인 요소를 통한 갈등 조정 전략

      1. 공간 경계 설정과 흐름의 유도

      공공 공간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이용 행위의 경계가 불명확하여 발생하는 충돌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 물리적 전략은 경계의 가시화와 흐름의 유도이다. Kevin Lynch(1960)의 도시 이미지 이론에서도 언급되듯이, 경계(edge)는 도시 공간에서 사용자의 인지 지형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며, 경계 설정은 공간 기능의 명확화를 돕는다. 예를 들어, 잔디광장에서 축구를 하는 행위와 그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이들이 충돌할 경우, 조경 설계자는 완충 식재, 패턴 포장, 높이차를 활용하여 서로의 이용 영역을 시각적으로 구분하고도 물리적 배제를 유도하지 않는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처럼 조경학에서는 경계 구성을 '차단'이 아닌 '분화(differentiation)'의 개념으로 접근하며, 유연한 흐름과 분리된 기능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포장 패턴의 변화, 조명 계획, 식재의 층위 설정은 사용자의 이동 경로를 은연중 유도하고, 갈등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이는 이용자 간 마찰을 사전에 예방하는 설계적 기법으로 평가된다.

      2. 재료와 시설물 구성의 심리적 효과 활용

      조경학은 재료 선택과 시설물 배치가 이용자 행동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목재와 천연석은 금속이나 콘크리트에 비해 온화한 정서 반응을 유도하며, 벤치의 모양이나 간격은 이용자 간의 관계를 암묵적으로 조절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이러한 전략은 생리적 안정성 외에도 심리적 거리 조절과 갈등 예방에 유효하다. 특히 공공공간에서의 벤치 배열은 대화형(마주보기), 병렬형(나란히 앉기), 개방형(L자형) 등으로 다양화되며, 각 구성은 의도된 사회적 거리를 공간적으로 매개한다.

      또한, 공공 미술이나 상징적 요소의 도입은 공간에 대한 정체성을 부여하고 공동체 소속감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는 도시공원, 광장, 커뮤니티 센터 외부 공간 등에서 적용되며, 공간 이용자 간의 공동 경험을 형성하여 갈등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조경 설계자는 이러한 요소들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회적 통합의 매개체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조경학 기반 제도적 거버넌스를 통한 공공 공간 갈등 관리

      1. 제도적 조정 메커니즘과 조경 계획의 연계성

      조경학에서 공공 공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있어 제도적 기반은 공간 설계의 물리적 대응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시공간은 법·제도·계획체계 하에 규율되고 운영되므로, 설계자의 개입은 물리적 구성을 넘어서 거버넌스(governance)의 구조에 내포되어야 한다. 거버넌스란 단순히 행정의 지시가 아닌 다양한 주체의 협의, 참여, 상호작용을 통한 공동의 공간 운영 체계를 의미하며, 이는 조경학이 최근 강조하는 '정책 기반 설계(policy-driven design)' 접근과 직결된다.

      공공 공간에서의 제도적 갈등 관리는 보통 공원 조례, 도시계획 조항, 커뮤니티 협약, 주민참여예산제도 등과 연계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마을공원 협치 조례'는 공원 리모델링 시 주민 협의체의 동의를 전제로 하며, 이는 조경 설계가 단독 행위가 아니라 공동 합의 결과임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이러한 구조는 설계자의 권한을 축소하기보다는,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갈등 발생 시 중재의 기준을 마련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2. 설계 가이드라인과 행정 프로토콜의 역할

      설계 단계에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중 하나는 ‘디자인 가이드라인(design guideline)’이다. 이는 도시 전체 또는 특정 유형의 공공 공간에 대해 일관된 설계 기준과 운영 원칙을 제공하는 문서로, 디자이너와 이해당사자 간 협의의 기준이 된다. 대표적으로 뉴욕시의 “Active Design Guidelines”는 건강, 공공성, 다양성을 모두 아우르는 도시 공공 공간 설계를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조경학적 기준과 공공행정의 협업이 제도화된 사례다.

      조경학에서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보조 수단으로 삼아, 계획 승인 과정에 시민 협의 절차를 포함시키고, 계획안의 시각화, 설명회, 의견수렴 등을 거치며 제도화된 협상 모델을 구축한다. 결과적으로, 계획 단계에서의 다수 협의는 갈등을 사전 차단하고, 설계 이후의 공간 운영에서도 민원 및 마찰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제도와 설계의 결합은 물리적 공간이 아닌, '운영 가능한 공간'으로의 전환을 가능케 하며, 조경학은 이와 같은 시스템 중심의 설계 접근을 통해 공공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이처럼 조경학에서 공공 공간 갈등을 다루는 전략은 단지 디자인을 통한 해법에 국한되지 않고, 거버넌스와 제도, 운영 체계를 포괄하는 '포스트 설계' 프레임워크로 진화하고 있다. 설계자는 이제 정책 결정과 행정 프로세스의 일부로서 기능하며, 물리적·사회적·정치적 요소가 융합된 총체적 해결 방식을 모색하는 전문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