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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경학 이론과 설계를 전달해드리는 클로이의 블로그입니다.

  • 2025. 4. 22.

    by. chloe2

    목차

      조경학에서의 동물친화 조경 디자인 요소와 구성 전략

      1. 조경학과 서식지 연결성 설계의 이론적 기반

      서식지 단편화와 조경학의 책임

      도시화의 확산은 자연 서식지를 조각내어 동물의 이동과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조경학은 이러한 단편화 현상을 완화하고, 도시와 자연의 연결성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Forman과 Godron(1986)이 제시한 경관생태학(Landscape Ecology)은 생태적 연결성(ecological connectivity)을 회복하기 위한 공간 구조적 접근을 강조하며, 이는 동물친화적 조경 설계의 근간이 된다. 더 나아가, Turner et al.(2001)은 생물의 생존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서식지 패치 간 거리"와 "경관 매트릭스의 저항도"를 제시하며, 조경 설계가 단순 연결을 넘어 저항을 최소화하는 기능을 갖춰야 함을 주장하였다.

      녹지 네트워크 구축과 통로 생태학

      녹지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는 "그린웨이(greenway)" 개념이다. 이는 도시 내에서 서로 단절된 서식지를 연결하는 생태 통로로, 작은 포켓공원부터 대형 자연공원까지 다양한 규모의 녹지를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것이다. Jongman & Pungetti(2004)는 유럽 생태 네트워크(Ecological Network)의 사례를 통해 녹지 연계성이 생물다양성 유지에 핵심적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Hilty et al.(2006)은 생태 통로의 구조와 기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폭, 경사, 식생구성에 따라 통로의 효과성이 달라진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동물 이동을 고려한 설계 기법

      동물의 이동 특성과 생활권 분석을 통해 통로 위치와 구조를 정밀하게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럽 고슴도치(Erinaceus europaeus)는 담장이나 차도와 같은 인공 장벽에 의해 이동 경로가 막히기 쉬우므로, 낮은 울타리, 터널형 통로(wildlife underpass), 생태교량(ecoduct) 등의 시설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하여 Bissonette & Cramer(2008)는 동물의 종별 행동 반응에 따른 통로 구조 최적화를 통해, 이동 성공률을 약 30~60%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는 데이터를 제시하였다.

      표 1. 주요 동물종별 도시 조경 설계 요소 요약

      동물 종요구 조건 설계 요소 예시
      고슴도치 낮은 장애물, 야행성, 은신처 필요 터널 통로, 덤불형 식재
      수직 공간 확보, 은신 및 번식 공간 관목 식재, 둥지형 설치물
      양서류(개구리) 습지 근접성, 청정한 수질 인공습지, 완만한 경사 연결지형
      다람쥐 수목 연결성, 수직 이동성 나무다리(arboreal bridge), 수관식재

       

       

      2. 조경학 관점에서의 생물다양성 유지를 위한 식생 계획 전략

      자생식물의 활용과 생태적 식재 디자인

      조경 설계에서 식생 구성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생태계 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자생식물(native species)은 지역 동물과의 상호작용에 적합하며, 토양, 강우, 기후에 대한 내성이 높아 유지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Bolund & Hunhammar, 1999). 특히, 다양한 층위 구조의 식생은 곤충, 조류, 포유류 등 다양한 종의 서식처가 되며,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이에 더해, Nassauer(1995)의 '관리된 자연(Messy ecosystems)' 이론은 자생식물의 정돈되지 않은 외형이 실제로는 생태적 기능이 풍부한 공간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수직 및 수평 식생 구조의 복합성

      수직적 식생 구조란 지표층–초본층–관목층–교목층의 다층적 조합을 말한다. 이 구조는 다양한 서식 틈새를 제공하며, 도심의 입체적 생태계를 형성한다. 수평 구조는 서로 다른 식생 유형이 반복되거나 교차하는 패턴으로, 동물의 이동 경로 확보 및 먹이원 다양화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Tews et al.(2004)은 식생 구조의 이질성(heterogeneity)이 곤충 및 조류 종 다양성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밝혔으며, 구조적 복합성이 서식지 질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꽃과 열매를 통한 생물 유인 효과

      계절별로 다양한 개화 및 결실 식물종을 계획적으로 배치하면, 꿀벌, 나비 등 수분곤충과 조류를 지속적으로 유인할 수 있다. 이는 도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설계 전략이다. 예를 들어, 봄철 개화하는 진달래(Rhododendron spp.), 여름철 결실하는 산딸기(Rubus coreanus), 가을철 열매를 제공하는 산사나무(Crataegus pinnatifida) 등이 활용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Goulson(2010)은 도심 내 수분곤충의 생존률이 꽃 밀도와 강하게 연관됨을 밝히며, 경관적 배치보다 개화 식생의 연속성이 더 중요함을 언급하였다.

       

       

      3. 조경학 기반의 동물서식지 보호형 공간 구성 전략

      핵서식지(core habitat)와 완충지(buffer zone) 설계

      서식지 보전의 핵심은 인간 활동으로부터의 간섭을 최소화한 핵서식지(Core Habitat)와 이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완충지(Buffer Zone)의 계획이다. 핵서식지는 조밀한 식생, 수분공간, 은신지 등을 포함하며 야생동물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완충지는 보행자 경로, 잔디광장, 저충돌 공간 등 인간 활동과 자연 공간을 단계적으로 분리함으로써 생태적 간섭을 저감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는 Odum(1971)의 생태계 경계 이론(ecotone theory)에서도 확인되듯, 두 환경 간 완충대가 생태적 전이와 다양성 증대에 기여함을 보여준다.

      조경 내 수변 공간의 중요성

      물은 생명 유지의 필수 요소이자 동물 서식지의 중심이다. 도시 조경 설계에서 수변 공간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생물다양성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으로 기능한다. 특히, 습지(wetlands)는 양서류와 수서곤충의 산란장소를 제공하며, 수질 정화 및 온도 완화 기능도 수행한다. Mitsch & Gosselink(2000)은 습지의 생태적 기능을 도시 내에서 회복시킬 수 있는 구조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완만한 경사 및 다층 수변 식생은 안전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조경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야생동물 스트레스 저감 설계

      도시 환경은 빛 공해, 소음, 인간 접촉 등으로 인해 야생동물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조경 설계에서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도와 조명 스펙트럼 조정, 경계 식재, 조용한 은폐공간 조성 등이 필요하다. 특히, 장파장 조명(주황색 계열)은 곤충과 조류의 생체리듬에 영향을 덜 주며, 이는 Gaston et al.(2013)이 제시한 생물친화적 조명(Biodiversity-sensitive lighting)의 일환으로 고려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공간적 분리를 위한 시각적 완충대는 경관설계에서 중요한 심리적 경계선을 형성하며, 동물의 행동권을 유지시킨다.

       

       

      4. 조경학에서의 인간-동물 상호작용 설계

      교육적 가치를 높이는 인터프리테이션 공간

      조경학은 단지 동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인간과의 긍정적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매개로 기능할 수 있다. 인터프리테이션(Interpretation)은 특정 생물에 대한 설명과 관찰 경험을 결합한 공간 설계로, 보행자에게 생태 감수성을 고취시키고 보전 의식을 유도한다. 이는 공공 조경 공간에서 환경 교육의 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Tilden(1957)의 해석학 원칙에 따라 공간 해설은 정보 전달을 넘어서, 감정적·정서적 연결을 형성함으로써 보다 지속적인 인식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 조경 설계는 해설 콘텐츠와 동선, 시야각, 시각적 자극의 통합적 구성을 중요시한다.

      비접촉 기반의 관찰 구조물

      야생동물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관찰이 가능한 구조물은 인간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생태적 가치를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나무 위 관찰 데크(tree deck), 조류 관찰용 블라인드(blind), 육상 카메라 트랩(camera trap) 설치는 비접촉적 학습과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Passive Interaction Design' 개념과 연결되며, 인간의 물리적 간섭 없이 시각적, 청각적 체험만을 유도함으로써 생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 Hester(2006)는 이러한 설계가 생태계 보전뿐 아니라 인간의 복지 측면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였다.

      공존을 위한 이용자 행동 유도 설계

      쓰레기통의 구조를 동물이 접근하지 못하게 설계하거나, 애완견 출입 제한구역을 명확히 구분하는 방식 등은 조경 설계를 통해 이용자 행동을 조절함으로써 생물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이용자에게 친절한 안내판, 시각적 경계 요소, 정해진 동선 유도 등은 '공존 조경(design for coexistence)'의 핵심 도구다. 이러한 방식은 환경심리학적 설계 원리 중 하나인 '행동 유도 디자인(Behavioral Nudging)'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 전략은 사람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의도한 방향으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을 설계하는 기법이다. 조경학에서는 이를 이용해 환경교육, 보호구역 규칙 준수, 자원절약 행동 등을 자연스럽게 촉진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5. 조경학적 동물친화 설계의 정책적·제도적 연계 방안

      법·제도와의 통합적 설계 접근

      생물다양성 보전은 설계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책 및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의 연방자연보전법(BNatSchG)은 도시계획에서 생태적 연결성을 확보할 것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토계획법, 자연공원법, 생물다양성법 등의 연계를 통해 조경 설계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IPBES(2019)의 글로벌 생물다양성 보고서에서는 도시 내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법적 수단 마련이 미래 생태계 안정성의 핵심임을 명시하며, 조경학이 그 실천적 매개체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도시 생태계 지표 및 인증제 연계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SITES(Sustainable SITES Initiative) 등의 국제 인증제는 동물친화 조경 설계의 기준을 세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서식지 보호, 수자원 관리, 생물다양성 강화 등을 평가지표로 활용하며, 조경 설계의 지속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다. 또한, 생물다양성 인증 지표 중 하나인 'Biotope Area Factor(BAF)'는 도시 내 녹지 비율뿐 아니라 생태적 기능성을 수치화함으로써 조경학적 접근의 성과를 정량화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조경가가 생태적 설계를 수치화된 정책성과로 환산하는 도구가 된다.

      지역 커뮤니티 참여 기반의 관리 체계

      동물친화 조경 설계는 완성 이후 유지관리와 지역 사회의 협력이 중요하다. 시민참여형 모니터링 프로그램, 생태 해설 봉사단, 학교와 연계한 조경 교육 등은 장기적 관리 기반을 마련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는 조경 설계를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환경 인프라로 기능하게 한다. 특히, Elmqvist et al.(2004)은 도시 생태계 회복력 강화를 위한 사회생태적 시스템(socio-ecological systems)의 개념을 강조하며, 지역사회와 조경 전문가 간의 협력 구조가 생태계 관리의 지속성을 담보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현대 조경학은 기술적 설계와 함께 사회적 협치 구조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을 지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