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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경학 이론과 설계를 전달해드리는 클로이의 블로그입니다.

  • 2025. 4. 21.

    by. chloe2

    목차

      조경학에서 접근하는 시각장애인 대상 조경 설계 방법

      조경학 기반 시각장애인 조경 설계의 접근 원칙

      1-1. 시각장애인을 위한 조경 설계의 필요성

      시각장애인은 환경에 대한 정보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조경 공간을 경험하므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촉각, 청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 구성이 필요하다. 이는 '다감각적 설계(multisensory design)'의 개념에 기반하며, 감각적 다양성 확보를 통해 시각 외 요소로 공간 인식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각장애인을 고려한 설계는 단지 물리적 이동의 편의성만이 아닌, 공간의 감각적 경험과 정보 전달의 통합 구조를 포함한다.

      1-2. 감각 보조 경관 요소의 배치 원리

      이론적으로, J. Pallasmaa의 『The Eyes of the Skin』은 인간이 공간을 인지하는 주요 수단으로 피부를 포함한 전신 감각을 강조하며, 촉각 중심의 설계가 시각장애인에게 더욱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조경 설계 시, 질감 있는 포장재 사용,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식재, 물소리와 새소리를 유도하는 음향 요소 등의 배치는 시각정보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바닥 포장의 재질을 변화시켜 경로의 방향이나 기능을 안내하고, 후각 식물(예: 라벤더, 로즈마리)이나 풍경 음향 요소를 통해 공간 내 위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독립적 공간 인지에 필수적인 전략이다. 이러한 방식은 '감각적 내비게이션(sensory navigation)' 전략이라 불리며, 최근 공공 조경 설계의 필수 요소로 포함되고 있다.

      1-3. 유니버설디자인과의 연계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은 모든 사람이 사용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원칙이며, 시각장애인에 대한 조경 설계는 유니버설디자인의 중요한 실천 영역이다. 7가지 원칙 중 '인지 정보의 제공', '이용의 단순성과 직관성'은 특히 시각장애인의 공간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설계자는 시각 대신 다른 감각 채널을 통한 정보 제공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김주희 외, 2021), 감각 자극의 통합 설계를 적용한 공원 공간은 시각장애인의 공간 이해도를 30% 이상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다감각 기반 설계의 효용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조경학에서 접근하는 촉각 중심 설계 전략

      2-1. 촉각 정보의 기능과 유형

      촉각은 시각장애인이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탐색하는 핵심 감각이다. 조경학에서는 이를 반영한 다양한 재질감과 물리적 구조를 통해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촉각 정보 시스템(tactile information system)'이라 정의한다. 예를 들어, 요철이 있는 바닥 패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구조물, 온도 차이를 느낄 수 있는 표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촉각 정보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이동 안내를 위한 경로 촉각(예: 유도 블록). 둘째, 공간 이해를 위한 텍스처 차이(예: 마감재 질감 변화). 셋째, 체험 요소로서의 촉각(예: 나뭇잎, 바위, 물의 촉감). 이들은 공간 내 동선, 위치 파악, 기능 구분 등에 활용된다.

      2-2. 촉각적 경관 요소의 통합 방식

      촉각 요소는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단지 기능적 장치가 아닌 디자인 통합의 일부로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경학에서는 '심미적 촉각 디자인(aesthetic tactile design)'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시에 감각적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자연석을 가공하여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높이의 휴게 시설을 배치하거나, 다양한 질감의 나무껍질이 있는 식물 군락을 조성함으로써 탐색과 체험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러한 방식은 공간의 감각적 깊이를 더하고,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2-3. 실증적 효과와 이론적 근거

      일본의 시각장애인 복지시설 사례연구(Shimizu, 2018)는 조경 공간 내 촉각 안내 요소가 시각장애인의 공간 인지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으며, 공간 사용 효율이 25% 이상 증가했음을 보고했다. 이는 촉각 중심 설계의 이론적 유효성과 실천 가능성을 동시에 입증한다.

       

      조경학 적용 청각·후각 기반 감각 설계 기법

      3-1. 청각 요소의 설계 원리

      청각은 시각장애인이 외부 공간의 방향성과 주변 환경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감각으로, 조경 설계에서 청각적 정보 제공을 고려하는 것은 필수이다. 인공 구조물에 반사되는 음향, 발걸음 소리의 울림, 수공간의 흐름 소리, 조류 및 곤충의 자연음 등은 모두 방향성과 거리 판단에 있어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R. Schafer의 'Soundscape Ecology' 이론은 환경 음향이 공간 정체성과 감각 경험에 밀접하게 작용함을 지적하며, 도시 조경에서는 음향 간섭을 최소화하고 의도적으로 유도된 자연음을 활용하여 설계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를 반영한 설계로는 청각 안내 포인트 설치, 발걸음이 울리는 바닥재 선택, 수로형 음향 유도 구조 등이 있다.

      3-2. 후각 식물과 향기 조성의 기능성

      후각은 특정 식물과 환경 요소를 통한 방향 인식 및 공간 경험 강화에 유용한 감각이다. 시각장애인은 특정 향을 공간의 '랜드마크'처럼 기억하며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데, 이를 '후각적 경로 인지(olfactory wayfinding)'라 한다. 대표적 식물로는 라벤더, 바질, 로즈마리, 박하, 유칼립투스 등이 있으며, 향의 강도와 계절성, 지속성을 고려하여 배식한다.

      네덜란드의 'Sensory Garden' 프로젝트에서는 정원 전체를 향기 구역으로 나누고, 향의 강도를 계층화하여 방향 인지를 유도하였다. 이는 후각 정보의 공간적 구조화를 통해 감각적 내비게이션을 구현한 대표 사례다.

      감각 요소 설계 적용 예시 기대 효과
      청각 수공간, 바닥재 반향, 조류 유도 방향 감지, 거리 판단
      후각 향기 식물, 향 계층화 배치 공간 구분, 경로 인지
      청각+후각 바람통로 + 향기 회랑 감각 통합 내비게이션

      3-3. 감각 융합 설계의 이론적 배경

      감각 통합 설계(sensory integration design)는 단일 감각 자극보다 다감각의 통합이 인지와 기억에 더 효과적이라는 신경생리학적 연구 결과에 기반한다. Harvard GSD의 ‘Inclusive Landscapes’ 연구 프로젝트는 다감각 자극이 뇌의 공간 인식 네트워크를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점을 밝혔으며, 이는 시각장애인에게 특화된 조경 설계의 강력한 이론적 정당성을 제공한다.

       

      조경학을 통한 시각장애인 경로 설계 및 제도 기반

      4-1. 경로 설계의 기준과 원칙

      시각장애인을 위한 경로 설계에서는 경로의 직선성, 회전 최소화, 연속적 정보 제공, 경계 명확성 등이 핵심 기준으로 제시된다. 특히 지각 가능한 경계감 형성은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며, 방향 잃음의 가능성을 낮춘다. 이를 반영한 조경 설계는 고유 바닥 패턴, 도로와의 물리적 분리, 촉각 및 청각 유도 요소와의 결합으로 구체화된다.

      국내 표준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BF, Barrier Free)』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조경 설계 시 이동 편의성과 정보 전달성의 확보를 위한 기준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여전히 실질적 사용자 참여가 미흡하여, 보다 실천적인 피드백 기반 설계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4-2. 국제 사례와 설계 유형 비교

      미국의 ADA(장애인법)는 공공공간에서의 접근성과 이동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며, 조경설계 시 물리적 경계 구분, 경로폭 최소치, 청각유도설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의 마츠야마시 '유니버설 가든'은 노약자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평면 안내판, 음성유도 장치, 향기 식물 분포 등 복합적 요소를 설계에 반영한 대표 사례다.

      4-3. 정책적 개선 방향

      시각장애인을 위한 조경 설계의 제도적 실현을 위해선 설계지침의 세분화, 다학제 협업 기반의 설계 과정, 사용자 모니터링 기반의 사후 평가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조경학계와 시각장애인단체, 정책당국 간의 협력을 통해, 이론-현장-법제가 통합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실행을 위한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조경학 시각에서 본 감각적 포용 설계의 미래

      5-1. 감각 경험 중심의 공간 설계 진화

      향후 조경학은 감각 중심의 공간 설계를 넘어서 감각 ‘경험’ 중심의 서사형 공간 구성으로 확장될 것이다. 이는 시각장애인의 물리적 이동 지원을 넘어서, 정체성, 감정, 기억과 연계된 감각적 체험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후각의 향수를 통해 유년기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향기 회랑, 음향적 리듬을 통한 시간 인지 유도 등은 감성적 연계성을 고려한 설계 전략이다.

      5-2. 기술 융합 기반의 보조 설계 도입

      AI 기반 음성 네비게이션, AR 촉각 지도, 센서 기반 스마트 바닥재 등의 기술은 조경 공간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IoT 센서와 연결된 실시간 음성 안내 시스템은 현재 유럽에서 실증 적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조경 설계에 융합될 경우 감각적 한계를 보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5-3. 조경학 교육과 윤리적 실천 강조

      조경학 교육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감각장애에 대한 이해, 포용 설계 윤리, 사용자 중심 설계 역량 강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를 위한 디자인 스튜디오 구성, 다감각 실험 프로젝트 운영, 감각 시뮬레이션 워크숍 도입 등은 실천적 교육방안으로 작동할 수 있다.

      조경 설계는 더 이상 시각 중심의 미학에 머물지 않는다. 조경학은 이제 감각적 평등, 공간 경험의 윤리, 사용자 중심 감각 디자인을 통합한 포괄적 실천학문으로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설계를 통해 진정한 도시 포용성과 감각정의(sensory justice)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