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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경학 이론과 설계를 전달해드리는 클로이의 블로그입니다.

  • 2025. 4. 19.

    by. chloe2

    목차

      1. 조경학에서의 장소 애착 개념과 이론적 배경

      장소 애착의 정의와 조경학적 해석

      장소 애착(Place Attachment)은 사용자가 특정 공간에 대해 가지는 정서적 유대감, 소속감, 의미 부여 등의 복합적 심리 상태를 의미하며, 조경학에서는 이 개념을 공간 설계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론적 배경은 환경심리학(Environmental Psychology), 인간지리학(Human Geography), 사회학(Sociology)에 걸쳐 있으며, 특히 Scannell & Gifford(2010)의 3차원 구조 모델(Person, Process, Place)이 널리 사용된다.

      • Person: 장소와 관계를 맺는 주체, 개인적/집단적 정체성 포함
      • Process: 시간에 따라 축적되는 경험, 감정, 기억 등 관계 형성 과정
      • Place: 물리적 공간 자체의 속성, 경관, 기능, 상징성

      조경학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사용자와 공간 간의 정서적 연결 고리를 형성한다고 본다. 이때 장소의 가시성, 접근성, 식생 구성, 상징물 유무, 개인적 추억이 남는 지점 등이 설계 요소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Norberg-Schulz(1980)의 '장소의 본질(Genius Loci)' 개념은 공간이 단순한 기능적 장소를 넘어 정체성과 감정이 내재된 '존재의 거처'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조경철학적 사유로 확장된다. 이는 조경 설계가 물리적 형태를 넘어 정체성과 문화, 시간의 결을 담아야 한다는 논리를 가능하게 만든다.

      장소 애착 이론의 발전과 조경 설계 적용

      Yi-Fu Tuan(1977)의 ‘Topophilia(장소애)’는 장소에 대한 인간의 애정, 기억, 정서적 친밀감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후 조경 설계에 감성적 접근을 가능케 하는 철학적 기반이 되었다. 또한 Low & Altman(1992)은 장소 애착이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공동체 활동’에서 비롯된다고 보며, 조경 공간이 단순한 ‘이용 공간’을 넘어 ‘감정이 머무는 장소’가 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최근에는 Manzo & Perkins(2006)가 제안한 ‘공공장소에서의 장소 애착과 사회적 자본의 관계’ 이론이 도시 재생과 커뮤니티 디자인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으며, 이는 조경학에서 '사회적 경관(Social Landscape)'을 설계하는 전략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이론들을 종합적으로 적용하면 조경 설계자는 장소에 대한 감정적, 기능적, 상징적 가치가 균형을 이루는 공간을 조성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사람과 장소 간의 지속 가능한 관계 형성으로 이어진다. 장소 애착은 단순히 추억이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공간을 통해 사회적 연대, 심리적 안정, 정체성 강화라는 고차원적 기능까지 포함하는 설계 목표로 진화하고 있다.

       

      2. 조경학 기반 사용자 정서 반응과 공간 경험 요인

      사용자 정서 유발 요소 분석

      사용자 정서 설계는 단순히 쾌적함을 추구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이 환경과 맺는 감정적 관계를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최근 조경학계에서는 장소 중심 설계와 인간 행동 간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생리적 반응 데이터(심박수, 피부 전도도 등)와 인지적 피드백(자기보고 설문, 사용자 참여 관찰법)을 병행하고 있다. Kaplan & Kaplan(1989)의 ‘선호 이론(Preference Framework)’은 사람들이 환경을 어떻게 선호하게 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는데, 그 핵심은 ‘이해 가능성(coherence)’과 ‘탐색 가능성(legibility)’에 있다. 이러한 요인은 정서 유발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즉, 사용자가 환경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예측 가능하다고 느끼는 공간은 안전감과 애착을 형성하기 쉽다.

      정서 반응은 또한 장소 내 ‘의미 부여 행위’를 통해 강화된다. 의미 있는 공간은 단순한 기능적 장소를 넘어서 사용자에게 개인적 상징성과 감정적 유산을 제공한다. 이와 관련하여 Carr et al.(1992)은 공공장소에서의 경험이 기억과 감정에 기반한 반복 방문의 동기가 되며, 장소 애착을 매개로 공간 내 행태를 유도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어린 시절 특정 장소에서의 경험은 평생 기억되는 정서적 스키마를 형성하고, 이는 성인이 되어 공간 선택이나 선호 경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조경 설계에서 이러한 초기 정서 경험을 유도할 수 있는 공간 구성(예: 가족 중심 공간, 공동체 기억 아카이빙 시설 등)은 장기적 공간 충성도 확보 전략으로 유효하다.

      감성적 공간 경험의 설계 전략

      감성 설계를 위한 실천적 전략으로는 ‘다감각 경험의 통합’이 강조된다. Merleau-Ponty의 현상학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인식은 시각을 포함한 전신의 감각을 통해 구성되며, 공간은 경험되기 이전에 몸으로 체화된다. 이에 따라 조경 공간은 단순히 ‘보는 대상’이 아닌, ‘몸으로 겪는 환경’이어야 하며, 이는 감각적 설계의 이론적 근거가 된다. 또한 감정 유도는 ‘환경-기억 연결성’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이 핵심이다. 예컨대 노후된 벽돌, 오래된 나무, 퇴색된 표지판 등은 사용자로 하여금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환기시키는 ‘감성 촉매’ 역할을 하며, 이는 심리적 귀속감 형성에 기여한다.

      이처럼 정서 유발 설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공간에 감정을 새기고, 기억을 구조화하는 조경의 본질적 역할로 이해될 수 있으며, 감성 설계는 사용자 경험(UX) 기반의 미래 조경 디자인에서 필수적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경학 기반 장소 애착 이론과 사용자 정서 설계

      3. 조경학에서 본 장소 중심 디자인 기법과 정서 연계 설계

      장소 정체성과 사용자 감정의 연결 기법

      조경학에서 장소 정체성은 장소 애착의 선행 조건이며, 이는 단순히 물리적 형태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각인되는 '장소 경험의 패턴'을 통해 형성된다. Relph(1976)는 장소 정체성을 세 가지 요소—경험, 상징성, 기능성—으로 분류하며, 진정한 장소성(authenticity)은 개인의 감정이 개입된 반복된 사용을 통해 구현된다고 설명하였다. 이를 토대로 조경 설계에서는 사용자 행위와 공간 구조 사이의 반복성과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방식을 통해 감정적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Edward Relph가 제안한 '장소의 감각(sense of place)'은 공간의 외형이 아닌, 그 공간을 통해 생성되는 경험의 지속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조경 구조물, 포장 패턴, 식재 구성, 공간의 흐름은 사용자 경험을 축적시키는 '심리적 인터페이스'로 작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장소 상징(symbolism)은 정서 반응을 유도하는 핵심 수단이다. 예를 들어, 지역의 전통 문양을 녹여낸 포장 디자인이나 특정 수종을 통한 지역 정체성 강조는 공간을 단순히 통과하는 곳이 아니라 '기억되는 곳'으로 전환시킨다.

      또한 최근 이론에서는 ‘공간의 이야기화(spatial storytelling)’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도시 공간이나 공공장소에 내러티브 구조를 심는 설계를 의미하며, 사용자가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마치 한 편의 이야기를 체험하듯 감정적 연결이 발생하게 된다. Trancik(1986)의 ‘장소 상실(loss of place)’ 비판은 이러한 장소 중심 설계의 당위성을 강화하며, 이는 무정형적 도시 개발의 반작용으로 조경학의 감성 설계론이 더욱 강조되는 계기가 되었다.

      정서 중심 디자인 적용 사례

      국내 사례 중 서울 ‘북서울 꿈의 숲’은 감정적 풍경의 시퀀스를 효과적으로 구성한 사례로 평가된다. 공원 내 특정 구역은 계절별로 다채로운 정서를 전달하도록 식재와 조형을 조합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감성의 리듬이 흐르도록 구성되어 있다. 벚꽃길에서 연못을 따라 이어지는 나무 데크와 얕은 언덕 위 전망 포인트는 시각적 미감과 정서적 고요함을 동시에 제공하며, 이는 공간 전체의 장소 애착 형성을 강화한다.

      해외 사례로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Ekebergparken Sculpture Park'가 대표적이다. 이 공간은 자연지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각 지점에 감정을 자극하는 예술 조형물을 배치해 사용자 경험을 강화했다. 특히 조각 작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용자로 하여금 장소에 대해 사색하게 만드는 정서적 장치로 기능한다. 이는 ‘풍경의 의미화(Meaningful Landscape)’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장소 애착을 설계의 최종 산물로 설정한 선진 조경 사례 중 하나다.

      4. 조경학 기반 장소 애착 설계의 국내외 사례 분석

      국내 사례: 부산 ‘이바구길’의 감정적 회복 경관

      ‘이바구길’은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로, 감정 회복과 기억 공유를 핵심 설계 개념으로 설정하였다. 단순히 물리적 인프라를 정비하는 차원이 아니라, 주민의 기억을 인터뷰와 기록으로 수집한 뒤 이를 장소에 시각화하는 작업이 병행되었다. 벽화, 안내판, 노후 골목길의 보존 등은 감정과 장소를 연결짓는 주요 매개가 되었고, 이 과정에서 ‘감정의 흔적’을 설계에 적극 반영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공간은 ‘회상 공간’, ‘서사 공간’, ‘경관 공간’으로 나뉘며, 사용자 동선은 곧 기억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또한 서울의 '선유도공원'도 장소 애착 중심 설계의 교과서적 사례로 평가된다. 과거 정수장을 공원으로 탈바꿈하면서 기존 구조물과 재료를 보존하여, 방문자에게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감정적 단서를 제공하였다. 철제 난간, 노후 콘크리트, 수생 식재의 조합은 현대적 감성뿐 아니라 역사성과도 결합하여 강력한 장소성 형성을 가능하게 했다.

      해외 사례: 뉴욕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하이라인 파크는 장소 애착 이론이 도시 재생 설계에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폐철로라는 장소적 기억을 새로운 도시 공원으로 재해석하면서, 과거의 상징성과 현재의 이용 편의성을 모두 충족시켰다. 중요한 점은 하이라인 파크가 도시민들의 정서적 쉼터이자, 일상적 이동 경로이자, 과거의 회고적 기념장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장소 애착을 유도하기 위한 감정적 다기능성(emotional multifunctionality)을 설계 차원에서 구조화한 결과로 평가된다.

      5. 조경학에서 본 장소 애착 기반 정서 설계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전망

      정서적 지속가능성 개념과 설계 확대

      정서적 지속가능성(Emotional Sustainability)은 조경학에서 비교적 최근 주목받는 개념으로, 사용자의 감정적 유대와 공간의 유지 가능성 간 관계를 중심으로 한다. 이는 ‘유지되는 공간’이 아닌 ‘사랑받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설계 패러다임으로, 단기적 이용률보다 장기적 정서 충성도를 우선시하는 방식이다. 특히 Nassauer(1995)가 제시한 ‘관리의 미학(Aesthetics of Care)’ 개념은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연결된 공간일수록 자발적인 유지·보존 행동이 촉진된다는 점에서 조경 설계의 새로운 지속가능성 기준이 될 수 있다.

      또한, 사용자 주도 설계(User-led Design)는 정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커뮤니티 기반 설계 워크숍, 시민 아이디어 공모, 기억 지도 제작 등은 사용자가 공간 형성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감정 참여 설계 방식이다. 이 방식은 장소 애착을 수동적 경험이 아닌 능동적 창조 행위로 확장시키며, 도시 회복탄력성(resilience)과도 연결된다.

      디지털 기반 장소 애착 설계 전망

      미래 조경 설계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장소 애착 강화에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AR(증강현실)을 활용해 과거 공간의 모습이나 감정 기록을 재현할 수 있으며, GPS 데이터와 감정 반응 데이터를 결합하여 ‘정서 히트맵’을 생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감정 중심의 공간 설계를 진행할 수 있다. ‘디지털 장소 애착(Digital Place Attachment)’은 특히 Z세대 및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친숙한 감정 공유 방식으로, SNS에서 축적되는 감정 서사를 오프라인 공간에 이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또한 정서 AI 기술이 공간 설계에 접목되면, 사용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 조명, 음향, 색채가 자동 조정되는 감응형 조경 시스템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는 조경 공간이 더 이상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감정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장소 애착 설계는 조경의 미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조경학에서 장소 애착 이론과 정서 설계는 단순한 공간 미학을 넘어, 삶의 질과 도시 복원력, 공동체 회복을 이끄는 핵심 전략이자 철학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향후 인간 중심의 도시설계와 감성 기반 환경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