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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경학 이론과 설계를 전달해드리는 클로이의 블로그입니다.

  • 2025. 4. 16.

    by. chloe2

    목차

      조경학에서 본 시간 기반 경관 변화 설계 전략

      1. 조경학에서 ‘시간성’의 이론적 기반과 공간 인식

      시간 기반 조경 설계의 철학적 기초

      시간성(temporality)은 조경학에서 물리적 공간과 더불어 고려되어야 할 핵심 개념이다. 인간의 인지와 장소 경험은 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감각과 기억, 그리고 사용 패턴을 기반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철학자 Henri Lefebvre의 ‘리듬분석(Rhythmanalysis)’ 이론과도 연결되며, 공간을 단지 고정된 물체가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리듬을 갖는 생명체로 보는 사고 방식에서 출발한다. Lefebvre는 도시 공간도 음악처럼 리듬과 시간적 구조를 가지며, 이에 따라 인간의 일상과 경험이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시간성을 고려한 조경 설계는 경관을 일회성 ‘작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으로 인식한다. Richard T. T. Forman의 ‘경관 생태학(Landscape Ecology)’에서는 식생 천이(succession), 계절성, 성장 주기 등의 자연 변화가 시간성을 반영하는 주요 요인으로 언급된다. 이와 더불어, 인간 활동의 변화—즉 이용자의 발걸음, 계절별 방문 패턴, 축제나 이벤트 등도 경관 시간성을 좌우하는 사회적 요인으로 간주된다.

      경관 시간성의 세 가지 범주

      1. 자연 시간성(Natural Temporality): 식물의 성장, 계절 변화, 생태계 천이와 같은 자연 순환 기반의 시간
      2. 사회적 시간성(Social Temporality): 공간을 사용하는 인간의 리듬, 문화행사, 일상 활동의 흐름
      3. 기억적 시간성(Mnemonic Temporality): 과거의 역사적 사건, 장소 기억, 추억 등이 축적되어 형성되는 시간

      이 세 가지 시간성은 서로 독립적이지 않으며, 경관 내에서 중첩되며 공간의 정체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설계 요소로 작용한다.

      2. 조경학 관점의 시간 기반 경관 구성 전략

      시간 기반 설계를 위한 실천 프레임워크

      조경학에서 시간 기반 경관 구성 전략은 시간성의 시각화와 해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설계자는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공간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주요 전략은 다음과 같다:

      • 성장성(Developmentality): 식물이나 구조물의 성장 과정을 염두에 둔 설계
      • 가변성(Variability): 계절에 따른 변화와 유동성 반영
      • 기억성과 계승성(Memory and Legacy): 장소가 담고 있는 역사와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구조

      이러한 전략을 통해 조성된 공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관이 풍부해지고, 사용자 경험 또한 깊어지며 장소에 대한 애착이 증진된다.

      시간 기반 경관 설계 요소 정리 표

      요소명 설명 적용 사례
      성장성 식물의 생장, 구조물의 노화 등을 고려한 설계 어린 식재 후 시간이 지나 울창한 숲으로 변화하는 도시숲
      가변성 계절 변화, 기후 변화 등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설계 계절별 경관 변화 고려한 식재 구성
      기억성 역사, 문화, 개인의 기억이 반영된 시간적 층위를 고려한 설계 기념 공간, 과거 마을 흔적을 보존한 공원 설계

      3. 조경학에서의 계절성과 시간 흐름을 반영한 공간 설계

      계절 변화 기반의 설계 전략

      계절성(seasonality)은 조경학에서 시간성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요소 중 하나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는 빛의 각도, 식생의 색상, 온도감, 음향 환경까지 변화시키며, 이러한 요인은 전반적인 장소 분위기와 감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조경 설계자는 이 계절의 리듬을 시각적·감각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식재 및 공간 구성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주요 전략으로는:

      • 계절별 핵심 경관 장면 구성: 예를 들어, 봄에는 벚꽃 산책길, 가을에는 단풍 포인트 등
      • 광환경 고려한 식재 계획: 일조 시간의 변화에 따라 그림자의 길이나 식물 생장이 달라지므로, 식재 위치 및 수종 계획은 시간 흐름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 소리 경관의 시간성: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 등은 계절마다 다르며, 이러한 청각 요소는 시간성의 또 다른 차원을 제공한다

      식물 생태 시간성과 공간 진화

      식물은 시간 기반 조경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다. 식물의 생장 주기, 꽃 피는 시기, 낙엽지는 시기 등은 공간이 매일 변화하는 ‘살아있는 장소’로 인식되게 만드는 핵심이다. Ian McHarg의 생태 계획 이론에서는 이러한 식생 동태를 기반으로 공간을 배치하고 관리함으로써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식물 중심의 설계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시간에 따라 경관이 ‘진화’하는 체계를 갖도록 한다. 이는 장소의 사용자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변화를 통해 장소와 지속적인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도록 유도한다.

      4. 조경학에서 시간성과 기억의 통합 설계 사례

      국내 사례: 서울숲 공원

      서울숲은 서울 도심에 조성된 대규모 도심공원으로, 식물의 성장과 계절 변화, 과거 용산기지의 역사적 기억 등이 통합된 대표적 시간 기반 경관 설계 사례이다. 초기 조성 당시부터 다양한 수종의 교차식재가 이루어졌으며, 봄에는 꽃길,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 등 사계절 내내 경관이 달라진다. 또한 과거 군사기지였던 역사를 반영해 일부 공간은 기념공간 및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해석되어 조성되었다.

      해외 사례: 일본 사카이시 ‘하나미즈키 거리’

      이 거리는 도시 전체를 계절 변화에 따라 변하는 경관으로 설계한 대표적인 도시계획 사례다. 하나미즈키(산딸나무)를 중심으로 거리를 구성하여, 봄에는 분홍색 꽃, 여름에는 짙은 녹음, 가을에는 붉은 단풍, 겨울에는 나목의 실루엣이 도시 풍경을 구성한다. 이 경관은 주민의 일상 속에서 시간성과 정체성을 동시에 느끼게 하며, 도시 이미지를 강화하는 기능도 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시간성과 기억이 설계 초기부터 고려된 결과로, 도시의 브랜딩과 사용자 경험 모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5. 조경학에서 시간 기반 설계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전망

      시간성 기반 설계의 지속가능한 가치

      시간성을 기반으로 한 조경 설계는 단기적인 경관 성과를 넘어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경관을 형성하는 전략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관이 성숙하고, 생태계가 안정되며, 사용자의 정서적 애착이 축적된다. 이처럼 시간 기반 설계는 ‘지속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다음과 같은 구조적 장점을 갖는다:

      • 유지관리 효율성: 식생 주기와 공간 사용 패턴을 고려한 설계는 장기적으로 관리 비용을 낮춤
      • 커뮤니티 정체성 강화: 특정 계절 또는 주기적인 이벤트에 따라 커뮤니티 공동 경험 형성 가능
      • 생태 회복력 확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생 식물 중심의 생태계 구축 가능

      미래형 조경 설계와 시간성의 역할

      앞으로의 조경 설계는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시간성 구현 방식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스마트 센서 기반의 계절 변화 분석, 시간 기반 식생 관리 시스템, AR/VR을 활용한 시간 변화 시뮬레이션 등은 시간성을 정교하게 설계 요소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또한 기후 변화에 따른 시간성의 재정의, 즉 ‘새로운 계절 감각’을 조경학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설계에 반영할 것인가 하는 논의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처럼 시간 기반 경관 설계는 조경학의 전통적 미학을 확장시킴과 동시에, 사용자 중심의 지속가능한 도시 공간을 창출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