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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경학 이론과 설계를 전달해드리는 클로이의 블로그입니다.

  • 2025. 4. 16.

    by. chloe2

    목차

      조경학 기반 스토리텔링 경관 조성과 정체성 설계

      1. 조경학에서의 스토리텔링 경관 개념 정립

      스토리텔링의 이론적 배경과 조경 설계의 융합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단순히 이야기 전달을 넘어, 기억과 감정, 장소에 대한 인식을 결합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러한 개념은 건축학, 도시설계,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확장되어 왔으며, 조경학에서도 최근 ‘경관의 내러티브(narrative of landscape)’라는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조경 설계에서 스토리텔링은 특정 공간이 지닌 역사, 문화, 자연환경 요소를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 통합하여 사용자의 체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스토리텔링 경관은 Edward Relph(1976)의 '장소 감각(Sense of Place)' 개념과 Kevin Lynch(1960)의 '이미지 도시(The Image of the City)'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들은 인간이 도시나 자연 공간을 어떻게 지각하고 기억하는지를 설명하며, 장소 정체성 형성에 있어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경학에서는 장소의 ‘정체성(Identity)’과 ‘기억(Memory)’이라는 개념이 공간 설계의 본질적 기준으로 여겨진다.

      스토리텔링 경관 조성의 핵심 요소

      스토리텔링 경관 설계는 크게 다음 세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1) 시간성(temporal sequence), (2) 장소성(sense of place), (3) 참여성(participation). 시간성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경험, 미래의 가능성을 아우르는 연속적 흐름 속에서 공간의 서사를 구성한다. 장소성은 그 공간이 가진 고유의 역사·문화·지리적 맥락에 기반하며, 참여성은 사용자가 공간과 상호작용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아래 표는 스토리텔링 경관 설계 요소의 정의와 적용 예시를 요약한 것이다.

      요소명 정의 적용 예시
      시간성 공간에 과거-현재-미래의 연속성을 부여하는 서사 구조 역사 유적지의 시간축 산책로 구성
      장소성 특정 장소가 지닌 고유의 의미와 분위기를 살린 정체성 부여 지역 전통문화 반영한 식재 및 소재 사용
      참여성 사용자의 감각적 체험과 해석을 통해 이야기를 완성하는 공간 구성 방식 인터랙티브 설치물, AR 기반 체험 콘텐츠

      정체성과 기억을 연결하는 설계 전략

      스토리텔링 경관은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다. 따라서 공간 자체의 기능성과 심미성 외에도, 사용자가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예컨대 역사적 장소에서는 과거 사건에 대한 기억이 시간적 레이어로 구성되며, 자연공간에서는 계절 변화나 생태 흐름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이 형성된다. 이러한 공간적 서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내러티브 구조에 대한 기획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는 장소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2. 조경학에서 본 장소 정체성과 경관 이미지 전략

      장소 정체성 이론의 조경학적 해석

      장소 정체성은 특정 장소가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고유한 특성과 의미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Yi-Fu Tuan(1977)의 'Topophilia' 이론에서 출발하여, 이후 Marc Augé(1995)의 '비장소(non-place)' 개념과 대비되며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조경학에서는 장소 정체성을 시각적 구성요소뿐 아니라 정서적, 문화적, 사회적 요소를 통합하여 정의한다. 장소에 대한 애착(Place Attachment)이나 공간의 의미(MEANING) 등은 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경관 이미지와 인식의 구조화

      Kevin Lynch의 ‘이미지 도시’ 이론은 장소 정체성을 시각적 인지 요소로 분석한다. 랜드마크(landmark), 경계(edge), 노드(node), 경로(path), 지구(district) 등은 도시 경관 구성의 기본 단위로 제시되며, 조경 설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요소들이 활용된다. 예를 들어, 정원 설계에서는 상징성 있는 식재군(landmark), 시각적 프레이밍(path), 구획된 테마 영역(district) 등이 각각 스토리텔링 경관의 이미지 요소로 작동한다.

      또한, 장소의 ‘상징성(symbolism)’은 그 공간이 개인이나 공동체에 미치는 감정적·문화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도구다. 이를 통해 단순한 녹지 공간이 ‘의미 있는 장소’로 변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서사적 장치(예: 스토리월, 해설 표지판, 디지털 스토리맵 등)는 필수적인 도구로 기능한다.

      정체성 강화를 위한 공간 구성 방식

      정체성을 공간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식이 있다:

      1. 문화 원형의 재현: 지역의 전통 건축 양식, 식생 분포, 기후 특성 등을 반영한 설계
      2. 사용자 기억과의 연결: 지역 주민이나 특정 세대의 경험을 반영한 이야기 도입
      3. 지역 서사의 시각화: 지역 설화, 역사, 인물 등을 조형물이나 조경 요소로 재현

      이러한 방식은 조경학에서 이야기 중심의 공간 설계를 가능하게 하며, 장소가 갖는 감정적 지속성(emotional permanence)을 유도한다.

      3. 조경학적 스토리텔링 기법과 디자인 방법론

      공간 서사 구성을 위한 내러티브 프레임워크

      스토리텔링 경관 설계를 위해서는 설계 전반에 걸쳐 서사를 구현할 수 있는 내러티브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모델로는 Donald A. Norman의 ‘감성 디자인(Emotional Design)’ 이론과, Bruner(1991)의 ‘서사적 사고(Narrative Thought)’ 이론이 있다. 이들은 인간이 공간과 사물을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이야기로 인식하는 경향을 강조하며, 조경 설계에서도 ‘내러티브 경로(narrative pathway)’의 개념을 도입하게 한다.

      예를 들어, 공원 내 동선에 따라 공간을 구성할 경우 단순히 기능적 동선이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처럼 장면 전환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한다. 각 장면은 테마가 명확해야 하며, 이들은 시각·촉각·후각 등 오감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을 위한 설계 기법

      스토리텔링 경관 설계에서 자주 활용되는 구체적 기법들은 다음과 같다:

      • 시퀀싱(Sequencing): 방문자 이동 경로를 따라 이야기의 장면을 배치하는 기법
      • 프레이밍(Framing): 시각적 초점을 특정 경관이나 상징물에 집중시키는 장치
      • 매핑(Mapping): 지역의 역사나 문화 정보를 시각적으로 구성하여 공간에 배치
      • 인터페이스 요소: QR코드, AR 체험 장치 등을 통한 디지털 서사 연결

      이러한 기법들은 설계자의 서사 구성 능력뿐만 아니라, 기술적 구현과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치밀한 계획이 요구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조경 설계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며,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4. 조경학과 지역 커뮤니티 기반 스토리텔링 설계 사례 분석

      커뮤니티 중심 경관 설계와 스토리텔링의 통합

      현대 조경 설계에서는 주민 참여형 접근방식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이를 ‘커뮤니티 기반 스토리텔링 경관 설계’로 확장할 수 있다. 커뮤니티의 목소리는 특정 공간이 실제로 ‘사용되는 방식’을 반영하며, 이는 정체성 설계의 신뢰성을 높인다. 예컨대 일본의 '마치즈쿠리(まちづくり)' 프로젝트나 스웨덴의 ‘Living Lab’ 경관 프로젝트 등은 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설계 서사를 구성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국내외 사례 비교 분석

      1.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 폐산업시설을 지역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사례로, 스토리텔링 중심 설계를 통해 장소 기억과 도시 정체성을 성공적으로 연결함.
      2.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Westergasfabriek' 재생 프로젝트: 산업유산을 예술과 문화공간으로 전환하면서 경관 스토리텔링이 주요한 설계 언어로 작용.
      3. 미국 뉴욕 '하이라인파크': 옛 철도를 공중 산책로로 재구성하면서 철도 시절의 기억과 도시 생태 이야기를 결합함.

      이러한 프로젝트는 지역 스토리텔링 경관 설계가 도시의 브랜딩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한 사용자 참여와 설계가 긴밀하게 연동된다는 점에서 미래형 조경학의 핵심 전략으로 여겨진다.

      5. 조경학에서 본 지속가능성과 정체성의 통합 전략

      지속가능성과 정체성의 이중 구조

      지속가능한 조경 설계(Sustainable Landscape Design)는 단순히 생태적 기능을 유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장소의 문화적·사회적 정체성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 관점은 John Lyle(1985)의 'Regenerative Design' 개념과 유사하며, 생태적 회복력(ecological resilience)과 정체성 유지(identity preservation)의 조화가 설계 목표가 된다.

      통합 설계를 위한 시스템 접근

      지속가능성과 정체성을 함께 고려한 설계를 위해서는 통합적 시스템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비오톱(biotope) 계획과 지역문화 재해석이 병행되는 방식이 그러하다. 식생구조는 지역의 역사 식생 정보를 반영하고, 구조물 재료는 지역 전통 기법을 적용하며, 물순환 시스템은 환경 교육의 일부로 구성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 생태 기능 강화
      • 지역 공동체와의 연대성 강화
      • 장기적 유지관리 비용 절감

      결국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조경학적 설계는 지속가능성, 공동체 가치, 장소 정체성을 아우르는 미래지향적 설계 전략이자, 도시 공간의 회복력(resilience)을 키우는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