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학에서 본 도시 전시정원 설계와 시각적 큐레이션 기법

조경학 시각의 도시 전시정원 설계와 시각적 큐레이션 기법

조경학에서 본 전시정원의 개념과 도시적 확장성

전시정원(Exhibition Garden)은 원래 특정 행사나 페스티벌, 혹은 박람회에서 일시적으로 조성되어 주제와 미학을 전달하는 공간으로 정의되었으나, 최근 도시 맥락에서 이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조경학에서는 전시정원을 단순히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보지 않고, 도시의 문화와 생태, 미적 구조가 공존하는 ‘공공 경관 매체(Public Landscape Medium)’로 접근한다. 도시 공간 내에서 전시정원은 ‘일상 속 전시’, 즉 상시적인 감각 자극과 교육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기존 공원 설계와의 차별성을 갖는다.

도시성과 정원 디자인의 융합 이론

전시정원이 도시 공간에 적용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요소는 ‘맥락성(contextuality)’이다. 이는 정원이 위치한 물리적, 사회문화적 배경을 반영해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조경학의 핵심 원칙으로, Kevin Lynch의 도시 이미지 이론, Jane Jacobs의 도시 다층성 개념과 밀접하게 연계된다. 특히, 도시 전시정원은 폐공간 활용, 팝업 설치, 커뮤니티 기반 조성 등을 통해 시민 일상에 접촉하며, 그 위치성과 주변 환경의 서사와 어울리는 식재, 구조물, 색채 구성이 요구된다.

임시성과 지속가능성의 조경학적 조화

전시정원의 ‘임시성(temporality)’은 빠른 설계-시공-철거가 가능한 유연한 구조를 필요로 하며, 이는 조경학에서 ‘전환형 경관(Transformable Landscape)’ 이론을 적용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 이론은 특정한 환경에서 탄력적으로 변형 가능한 구조와 소재를 활용해 경관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모두 확보하는 전략으로, 특히 도시재생, 단기 축제공간 조성, 혹은 공공미술 연계형 경관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조경학 기반 시각적 큐레이션의 원리와 적용

큐레이션 개념의 경관 디자인 전환

전통적으로 큐레이션(curation)은 미술관, 전시관 등에서 전시물을 배치하고 주제를 전달하는 작업으로 정의되었으나, 최근 조경학에서는 ‘시각적 동선에 따라 경관의 의미를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설계 전략’으로 확대되고 있다. 즉, 전시정원은 단지 예쁜 공간을 넘어, 사용자가 공간 내에서 식물, 오브제, 재료, 빛 등을 시간적·시각적 흐름에 따라 감상하고 해석하게끔 만드는 ‘경험 큐레이션 체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 개념은 스테판 털로(Stephan Tschumi)의 ‘시퀀셜 디자인(sequential design)’ 이론과 일맥상통한다. 털로는 공간을 시간에 따라 감각이 바뀌는 연속적인 프레임으로 해석했으며, 이는 전시정원에서 각 장면(scene)의 배치를 통해 관람 흐름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기반이 된다. 큐레이션의 조경학적 적용은 이용자의 이동 시점, 체류 지점, 주시 방향 등을 고려한 설계로 구체화되며, 시야 차단 식재, 단계별 높이 조절, 컬러 밸런스 및 향기 등 감각 요소의 의도적 배치로 연계된다.

표: 시각적 큐레이션 요소와 조경 적용 사례

요소	큐레이션 효과	조경 설계 방식	적용 사례
시야 차단	장면 전환, 집중 유도	교목, 스크린, 구조물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장벽 식재
시선 유도	동선 방향성, 몰입감	색 대비 식재, 보행 패턴 연계	서울로 7017 라인형 정원 구성
감각 자극	기억 형성, 정서 반응	향기 식물, 질감 재료	하이라인 파크 향기 식재 존

이러한 시각적 큐레이션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간 해석을 유도하는 내러티브 전달 방식으로서 기능하며, 도시 내 전시정원이 교육, 문화, 힐링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핵심 전략이 된다.

조경학에서 본 전시정원의 교육적 기능과 공공 메시지 전달

도시정원의 학습 공간화 전략

전시정원은 감각적 즐거움을 주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공공 교육의 장이자 도시 속 살아 있는 교과서로서 기능할 수 있다. 조경학에서는 이러한 정원을 '환경적 해석공간(environmental interpretive space)'으로 정의하며, 식물 정보, 생태계 설명, 지속가능한 소재의 소개 등을 통해 이용자가 직접 학습하게 되는 구조로 설계한다. 이론적 근거는 해석학 기반 설계(interpretive landscape design)이며, 이는 정보 제공뿐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과 감정을 자극해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 데 목적을 둔다.

정원 내 식생 표찰, QR 기반 콘텐츠, 생태 시뮬레이션 기구, 리빙랩 디자인(living lab) 등이 대표적 사례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대응 식생 존을 조성하면서 탄소 흡수율이 높은 수종의 설명을 부착하거나, 식생의 계절 변화를 나타낸 표지판을 통해 자연의 시간성과 생태적 주기를 교육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은 단지 정보 제공을 넘어서, 환경 시민의식과 지속가능성 개념에 대한 체험적 학습을 유도한다.

사회적 메시지와 상징 기호 전달

전시정원은 때로는 사회적 담론을 시각화하는 경관으로도 작동한다. 이는 조경학에서 ‘기호 경관(semiotic landscape)’으로 정의되며,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가 단순한 물리적 재료를 넘어서, 문화적 코드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체계로 작동하는 개념이다. 전쟁, 평화, 다양성, 공존, 기후 위기 등과 같은 주제를 상징 식물(예: 백합, 국화, 은행나무 등)이나 공간 배치(예: 비대칭 구성, 비움의 공간)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은 도시 전시정원이 담을 수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극대화한다.

 

조경학 기반 전시정원의 야간 경관 설계 전략

빛의 활용과 심미적 경험의 확장

전시정원이 낮 시간대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감각적 공간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조명 설계가 필수적이다. 조경학에서는 ‘경관 조명(Landscape Lighting)’을 단순한 시각 확보 수단이 아니라, 공간 분위기 조성과 정서적 반응 유도라는 기능적·심리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요소로 인식한다. 야간 정원 설계의 주요 이론적 기반은 '시선 집중 효과(focal lighting)', '경계 흐림 효과(edge softening)', '심도 확장(perceptual depth expansion)' 등이며, 이는 각각 조명 강도, 색온도, 각도 조절을 통해 구현된다.

LED 라인 조명, 발광 포장재, 생물 발광 기반 조명(Bioluminescent Elements)의 적용은 감각 확장을 위한 신기술 조경 설계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인공 조명이 과도하지 않도록 절제된 미학을 추구하는 ‘다크스카이 친화형 조경(Dark-sky-friendly Landscape)’ 개념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 이는 생물군계에 미치는 광해를 줄이고, 동시에 시각적 미감을 유지하는 조명 설계 전략이다.

 

조경학 시각의 전시정원 지역성 구현과 장소성 전략

장소성의 해석과 경관화 기법

조경학에서 장소성(place identity)은 단순히 위치를 지칭하는 개념이 아닌, 공간의 정체성과 사용자의 감성적 연결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 도시 전시정원은 위치한 지역의 역사, 문화, 자연적 특성을 조경적 요소로 번역하여 장소의 고유성을 시각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경관의 장소화(place-making)' 기법으로 정립되며, 지역 식생 활용, 전통 소재 재현, 지역 장인과 협업한 구조물 제작 등이 그 예시다.

특히, 도시재생 대상지에서 전시정원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적 의미로 재해석하는 수단이 된다. 예를 들어, 폐선 철로 위에 정원을 조성하며 해당 도시의 산업 유산을 재조명하거나, 지역 주민의 정체성과 연결된 이야기(스토리텔링)를 식재와 조형으로 시각화하는 방식은 ‘경관의 문화적 재현(cultural landscape representation)’이라는 조경학 이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결론적으로 도시 전시정원은 조경학의 다양한 이론적 기반 위에서 문화, 생태, 사회적 의미를 통합적으로 담아내는 복합적 경관으로 기능하며, 시각적 큐레이션 기법은 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