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loe2 님의 블로그

안녕하세요. 조경학 이론과 설계를 전달해드리는 클로이의 블로그입니다.

  • 2025. 4. 8.

    by. chloe2

    목차

      조경학 관점에서 본 내러티브 경관 디자인의 구성 원리

      조경학 기반의 내러티브 경관 디자인 개념 정립

      내러티브 경관 디자인의 정의와 발전 배경

      내러티브 경관 디자인(Narrative Landscape Design)은 경관의 시각적 요소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간을 체험하는 사용자의 시간적 흐름과 기억, 감정, 문화적 배경까지 통합하는 설계 접근법이다. 이러한 설계 방식은 특히 21세기 도시의 정체성 회복과 장소성(place-making)의 강조 속에서 학문적 주목을 받고 있다. 내러티브(narrative)는 ‘이야기 구조’를 의미하며, 경관 디자인에서 이 개념이 도입되면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경험의 연속성과 해석의 대상이 된다.

      조경학과 내러티브의 이론적 접점

      조경학에서 내러티브 경관의 개념은 Kevin Lynch의 『The Image of the City』(1960)에서 출발한 인지적 도시 이미지 이론과 Christian Norberg-Schulz의 ‘장소의 현상학’(Genius Loci) 개념을 통해 확장된다. Lynch는 도시 경관의 핵심 요소를 '경로(path)', '경계(edge)', '지표(marker)', '노드(node)', '지역(district)'로 나누었는데, 이는 내러티브 구조에서 이야기의 전개, 장면의 전환, 감정적 고조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내러티브 구성 요소의 조경학적 재해석

      조경학적 시점에서 내러티브 경관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는 다음과 같다.

      구성 요소 조경학적 해석 내러티브 기능
      경로(Path) 동선 설계 및 사용자 이동 유도 이야기의 흐름
      노드(Node) 시각적 초점 지점 또는 활동 중심지 이야기의 전환점
      경계(Edge) 자연 지형 또는 인공 구조물 공간적 구획 및 감정의 전환
      상징(Symbol) 기념물, 식재의 상징적 배치 내러티브의 주제 전달

      이러한 구성요소는 공간이 단순히 ‘보는’ 대상이 아니라 ‘겪는’ 경험임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공간의 흐름을 유도하는 경로 설계는 단순한 도로 설계를 넘어 이야기의 전개 순서를 설계하는 작업이 된다.

      조경학과 기억의 경관: 시간성과 문화적 내러티브

      시간성의 조경학적 구현

      시간성(temporality)은 내러티브 경관 디자인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 개념은 공간이 단지 현재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함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경학에서 이 시간성은 계절의 변화, 식재의 성장, 인간 활동의 흔적 등으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일본의 전통 정원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의도적으로 포착하여 내러티브 구조를 제공한다.

      문화 기억과 장소성의 관계

      문화기억(cultural memory)은 Assmann(1995)의 문화기억 이론을 토대로, 사회 구성원 간의 공통된 경험과 감정의 축적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화기억은 경관에 내재되어 장소성과 결합되며, 이를 기반으로 내러티브 경관은 지역 정체성의 표현 매체가 된다. 한국의 사찰 경내 조경은 종교적 신념과 역사적 사건을 경관에 내재시켜, 장소를 걷는 이로 하여금 내러티브적 감응을 느끼게 한다.

      사례: 서울 선유도공원의 내러티브 경관

      선유도공원은 과거 정수장을 생태공원으로 재생시킨 대표 사례이다. 이 공간은 과거 산업 유산과 현재의 생태적 회복이 공존하는 구조로, ‘기억의 경관’을 실현하고 있다. 건축 구조물의 흔적, 재활용된 콘크리트 벽면, 식재의 구성은 시간의 층위를 암시하며 사용자에게 다층적인 해석을 유도한다.

      조경학적 설계 전략으로서의 시퀀스와 전개

      시퀀스 구성의 원리

      내러티브 경관 디자인은 시퀀스(sequence), 즉 장면의 연속으로 구성된다. 이 구조는 극적 연출 기법을 차용하여, 사용자가 공간을 이동하며 이야기처럼 느끼도록 유도한다. 조경학에서는 이 개념을 '시퀀셜 디자인'이라 부르며, 이는 Frederick Law Olmsted의 센트럴파크 설계에서 이미 실현된 개념이다. 공원 내부의 각 공간은 점진적으로 전개되며, 경로를 따라 감정적 고조가 자연스럽게 발생하도록 설계되었다.

      경관 연출과 감정 유도

      시퀀스는 단지 시각적 변화가 아니라 심리적 흐름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감정의 유도는 색채, 소리, 냄새, 텍스처와 같은 감각 자극 요소를 동원하여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공원의 입구는 열림(opening)으로 긴장감을 해소시키고, 중간의 고요한 수경 공간은 감정을 가라앉히며, 최종 목적지에서는 시각적 파노라마로 감정의 절정을 유도한다.

      사례: 순천만 국가정원의 경관 시퀀스

      순천만 국가정원은 생태적 교육 공간이자 감성적 경험의 장이다. 동선은 방문자의 발걸음에 따라 변화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도록 설계되었으며, 각 테마 정원은 생물다양성, 지역문화, 세계적 조경 패턴 등을 감각적으로 엮어낸다. 공간 구성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스토리텔링의 구조를 가진다.

      조경학 이론에서 본 상징과 은유의 경관 활용

      상징적 요소와 문화 코드

      내러티브 경관 디자인에서 상징(symbol)과 은유(metaphor)는 사용자와 공간 사이의 감정적 연결 고리를 형성한다. 조경학에서는 공간 요소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암시하는 기능을 중요하게 다룬다. 예컨대, 식재 선택에서 전통적으로 ‘소나무’는 절개와 장수를 상징하며, ‘벚꽃’은 덧없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식재는 내러티브 구조 안에서 정서적 공감을 유도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은유적 설계 언어

      은유적 설계(metaphorical design)는 개념을 시각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공간의 이중적 해석을 유도하며, 감성적 상호작용을 강화한다. 유명한 예로, 미국 워싱턴 D.C.의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비’는 땅에 파인 검은 벽을 통해 전쟁의 상흔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조경학적으로 이러한 접근은 ‘비가시적 가치’를 경관으로 드러내는 방법으로 정리된다.

      한국 조경에서의 상징적 내러티브

      전통 정원인 ‘창덕궁 후원’은 공간의 이름 하나하나에 상징성이 내포되어 있다. ‘애련지’, ‘부용정’과 같은 명칭은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도를 은유하며, 이들 명칭과 건축, 식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내러티브 구조를 완성한다. 이처럼 상징은 설계 도면 이상의 해석학적 층위를 부여하는 요소다.

      조경학 기반의 내러티브 경관 디자인 적용 전략

      통합 설계 전략의 필요성

      현대의 조경 설계는 생태적 지속가능성, 사용자 경험, 장소성 복원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통합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내러티브 경관 디자인은 이 세 가지 요소를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는 접근법이다. 설계자는 이야기 구조를 통해 공간 경험을 강화하고, 장소에 내재된 시간성과 기억을 드러낼 수 있다.

      설계 프로세스에의 적용

      1. 스토리라인 구축: 대상지의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맥락을 분석하여 공간의 내러티브 구조를 기획한다.
      2. 공간 요소 배치: 경로, 노드, 경계 등의 구성 요소를 내러티브 구조에 맞게 재배치한다.
      3. 감각 요소 설계: 색채, 텍스처, 소리, 냄새 등을 통해 정서적 반응을 유도한다.
      4. 시퀀스 구성: 사용자 동선을 분석하여 감정적 전개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장면을 연속적으로 설계한다.

      내러티브 디자인의 한계와 극복

      내러티브 경관 디자인은 지나친 연출로 인해 사용자 해석의 자율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따라서 설계자는 ‘해석의 여백’을 남겨두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이는 Jacques Derrida의 해체주의(deconstruction) 이론에서 착안하여, 다의적 의미를 허용하는 공간 구조로 설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