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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조경학에서 본 도시계획 내 옥상녹화 설계의 이론적 기반과 생태적 의미
1.1 옥상녹화의 개념과 조경학적 정의
옥상녹화(green roof 또는 rooftop greening)는 건축물의 옥상 위에 인공적인 토양과 식생을 조성하여 식물을 생육시키는 기술로, 도시의 환경 문제를 완화하고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데 기여하는 조경 기법이다. 조경학에서는 이를 단순한 경관 장식이 아닌 도시의 기후, 생물다양성, 사회적 정서 안정까지 고려한 '도시 생태 인프라(Urban Ecological Infrastructure)'의 핵심 요소로 정의한다. 특히 도시화에 따른 토지 불투수면 증가와 열섬현상 심화, 생물 서식지 단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옥상녹화는 입체적인 조경 설계로 주목받고 있다.
1.2 조경학적 옥상녹화의 생태적·기후적 가치
조경학적 관점에서 옥상녹화는 도시 생태계 회복을 위한 핵심 수단이다. 먼저, 생태적 관점에서 옥상녹화는 도시 내 고립된 생물 서식지를 연결하는 생태 네트워크의 일부로 기능하며, 도시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꽃가루 매개 곤충(예: 꿀벌, 나비)이나 조류는 옥상 정원을 거점으로 삼아 도시 내에서 이동성과 번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Forman의 패치-코리도-매트릭스 이론(Patch-Corridor-Matrix Theory)에서 말하는 도심 속 '생태적 연결 패치(ecological stepping stone)'의 실천적 구현이다.
또한, 기후 조절 기능도 중요하다. 옥상녹화는 건축물 표면 온도를 낮추고 열전도를 차단하여 냉방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도시열섬현상을 완화한다. 미국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보고서에 따르면, 여름철 옥상녹화 도입 시 건물 옥상 표면 온도가 기존 아스팔트 대비 최대 40℃ 이상 낮아질 수 있으며, 내부 온도는 3~4℃가량 낮아진다. 더불어 빗물 침투와 저류 기능도 포함되어 있어, 강우 시 초기 유출수의 양과 오염 농도를 크게 줄이고 도시 하수 시스템의 부담을 완화하는 생태 배수 기능도 수행한다.
조경학적으로 이러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식물 선정, 토양 구조, 배수층과 저류층, 관수 시스템, 경관 연계 설계가 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자생종을 활용하거나, 먹이식물군과 은신처 기능을 함께 갖춘 생물 서식 기반 조성을 병행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와 같은 설계 접근은 도시의 건축적 밀도와 기후변화 상황 속에서 지속가능한 경관 생태계를 구축하는 핵심 전략으로서 조경학 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조경학 기반 옥상녹화 설계 요소와 기술적 구현 원리
2.1 옥상녹화의 설계 요소와 조경학적 통합
조경학적 옥상녹화는 단순한 녹지 피복을 넘어서, 구조공학, 식물생리학, 미기후학, 도시조경 디자인 등 복합적 요소를 통합하는 고도화된 설계 시스템이다. 옥상녹화 설계는 크게 ① 식재 설계, ② 구조·배수 시스템 설계, ③ 경관 연계 및 시각 축 설계, ④ 유지관리 계획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요소는 단독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간 피드백을 통해 작동하며, 도시 생태계의 일환으로써 유기적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우선 식재 설계에서는 수분 유지 능력, 뿌리성장 억제 특성, 내건성·내열성 등 도시 옥상 환경에 적합한 식물 선택이 중요하다. 특히 Sedum류 다육식물, 백리향류, 아스틸베, 로즈마리, 자주개자리 등은 얕은 토양 조건과 고온건조 환경에서도 생육이 가능하여 extensive 시스템에 자주 사용된다. 반면, intensive 시스템에서는 왜성 교목(예: 황금측백, 이팝나무)과 중간층 관목(예: 산수국, 진달래), 그라운드 커버 식생을 계층적으로 구성하여 경관성과 생태성을 모두 고려한 입체 조경이 가능하다.
2.2 옥상녹화의 구조적 구성과 배수·저류 시스템
옥상녹화 설계에서 핵심적인 공학적 요소는 하중을 견디는 구조 안정성과, 강우에 대응하는 배수 및 저류 시스템이다. 조경학적으로는 이러한 구조 시스템을 단순한 기술적 기반이 아닌, 생태 순환과 경관 연출의 일부로 해석한다. 옥상녹화는 일반적으로 ① 방수층, ② 뿌리방지층, ③ 배수층, ④ 여과층, ⑤ 토양층, ⑥ 식생층으로 구성되며, 이들 층은 수분과 영양분의 흐름, 미생물 군집, 뿌리 확산 양상 등 생태적 요소와 직결된다.
배수층은 옥상의 경사도, 강우량, 기후 조건에 따라 다양한 재료(예: 경량 플라스틱 셀, 천공 PVC 매트, 자갈층)로 구성되며, 일부 고급 시스템은 물을 저장하고 필요한 시점에 식물에 재공급하는 ‘저류형 모듈’로 구성된다. 이는 조경학에서 말하는 수문 순환 조절(hydrological modulation) 개념과 일치하며, 도시 내 빗물 자급 순환 시스템 구축에도 기여한다. 또한, 여과층은 토양 유실 방지뿐 아니라 미세 오염물의 정화 기능을 하며, 이 역시 생태정화 기능을 수행하는 '그린 인프라(green infrastructure)'로서의 조경 개념을 반영한다.
이러한 다층적 시스템은 조경학의 '기능 기반 설계(Function-based Design)' 원칙을 실천하는 방식이며, 단순히 녹색을 구현하는 데서 나아가 지속가능한 생태계의 인공적 재현이라는 철학적 기반 위에 서 있다. 특히 지속 가능한 도시 설계를 지향하는 LEED, SITES, G-SEED 등 환경 인증 시스템에서도 옥상녹화는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포함되고 있으며, 조경학적 설계 관점이 반영되어야 가산점 확보가 가능하다.
조경학 시각에서 본 옥상녹화의 도시계획 연계 전략
3.1 옥상녹화와 도시 녹지 네트워크 계획의 통합
도시 내 옥상녹화는 더 이상 개별 건축물의 부속 시설이 아니라, 도시 전체 녹지 네트워크의 일부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관점이 조경학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도시의 평면적 녹지 한계와 토지이용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옥상이라는 수직적 공간은 잠재적인 도시 생태 자산이자, 기후적·경관적 회복력 강화를 위한 핵심 축으로 기능한다. 특히 ‘입체적 도시 녹화 전략(Three-dimensional Urban Greening Strategy)’은 조경학에서 주목하는 최근 이론 중 하나이며, 옥상녹화는 그 정점에 위치한다.
이러한 전략은 다음 세 가지 도시계획 요소와의 연계를 필요로 한다. 첫째, 공공녹지 계획과의 통합.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옥상녹화를 공공 공원, 보행자 녹도, 수변 녹지축 등과 연계하여 설계함으로써, 생태·시각·기능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둘째, 도시열섬 완화 전략과의 연계. 열섬 완화 우선지역(Hotspot) 중심으로 옥상녹화 의무화 구역을 설정하고, 집중적 조경계획을 적용하여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셋째, 도시 공공성과의 통합. 옥상공간을 단지 녹화된 휴게공간이 아닌, 시민 참여형 정원, 도시농업 공간, 커뮤니티 교육 공간 등 공공적 기능이 가능한 ‘열린 조경공간’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3.2 도시조례 및 설계기준 내 조경학 반영 필요성
조경학적 옥상녹화 개념을 도시계획 내 실질적으로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조례 및 설계기준 상의 구조적 개편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국내 다수 지자체는 건축물 옥상녹화를 권장사항 또는 친환경 인증 항목 중 일부로만 다루고 있으나, 조경학적 시각에서는 도시전체 공간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기반시설로 간주하고 구체적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우선, 도시계획조례나 도시·건축 통합지침 내 ‘옥상녹화 연계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공공성 평가, △경관 연계성 평가, △생물다양성 목표 포함 여부, △녹화 유형에 따른 식생 계층별 구성기준 등을 항목화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은 단지 건축물 차원의 친환경 마감이 아니라, 도시 녹색 인프라 구축과 기후중립 도시 전략의 실현 도구로써 조경학이 개입해야 할 핵심 영역이다.
또한, 계획 단계뿐 아니라 사후 모니터링 체계도 필요하다. 옥상녹화 후 일정 기간 내 유지관리 상태, 식생 생존율, 이용자 반응, 생태 연계지표 등을 측정하는 ‘생태 피드백 시스템(ecological feedback system)’을 구축하면, 도시계획과 조경학 사이의 실질적 연계성이 강화된다. 이는 옥상녹화의 도시 내 확산뿐 아니라, 미래 도시공간의 설계-운영-평가가 통합되는 순환형 도시조경 시스템 구축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조경학 관점에서 분석한 옥상녹화의 환경적 성과와 생태계 서비스
4.1 도시환경 개선 측면의 정량적 효과 분석
조경학적으로 옥상녹화의 가장 핵심적인 효과는 도시 환경 개선에 있다. 도시화로 인해 토양 침투율 저하, 미기후 변화, 대기오염 심화, 열섬현상 등 복합적 환경 문제가 발생하는 가운데, 옥상녹화는 공간 제약이 큰 도시 구조 속에서도 환경적 회복탄력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옥상녹화가 빗물 유출량을 평균 50
90%까지 저감하고, 미세먼지(PM2.5) 농도를 20% 이상 낮출 수 있으며, 여름철 도시 평균 기온을 12도 가량 낮추는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Köhler, 2006; Berardi, 2013).조경학에서는 이러한 수치를 단순한 데이터 차원을 넘어서,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s)’ 프레임워크를 통해 해석한다. 특히, ① 조절 서비스(regulating services): 기후 조절, 수질 정화, 공기정화, ② 지원 서비스(supporting services): 생물다양성 지원 및 토양생성, ③ 문화 서비스(cultural services): 심리적 안정, 교육 기회 제공, 공동체 형성 등이 옥상녹화 설계를 통해 달성될 수 있는 핵심 성과로 정의된다. 이처럼 다차원적인 효과를 체계적으로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조경학의 강점이며, 단순 녹화율을 넘어서 기능 기반 성과 설계(Function-based Landscape Performance)가 요구된다.
4.2 생물다양성 지원 및 도시 생태계 회복 전략
옥상녹화는 도시 생물다양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인공 서식지이다. 특히 밀집된 건축 환경에서는 지표면의 생태 연결이 단절되기 쉽고, 이로 인해 조류, 곤충, 소형 포유류 등의 서식이 어려워진다. 조경학은 이러한 조건 하에서 옥상녹화를 ‘생물 거점(Biotope Island)’으로 설계하고, 종 간 상호작용과 생태 흐름을 고려한 식생 조합을 도입함으로써, 도시 내 생물다양성을 전략적으로 회복하고자 한다.
예컨대, 나비와 벌을 유인하는 화본과 및 꿀풀과 식물, 조류의 은신처가 될 수 있는 관목층 배치, 수분과 씨앗 공급을 위한 계절별 종다양성 확보가 핵심 설계 요소가 되며, 이는 ‘다층 생물서식 조경 구조(Multi-layered Habitat Structure)’라는 개념 아래 실행된다. 더불어, 일부 도시는 ‘도시 생물다양성 전략(Urban Biodiversity Strategy)’에 옥상녹화 설계 기준을 포함하여, 건축물별 최소 식생종 수, 자생종 비율, 생물 흔적(eco-trace) 유도 식재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조경학은 이러한 접근을 설계 이론과 실행 기술로 중재함으로써 도시생태 회복에 기여한다.
조경학에서 본 옥상녹화의 미래 방향과 제도적 확장 전략
5.1 지속가능한 도시 구현을 위한 옥상녹화의 확장 전략
조경학은 옥상녹화를 단순한 친환경 트렌드가 아닌, 지속가능한 도시계획의 구조적 일부로 재정의한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 도시 환경 회복력 강화, 녹색복지 실현이라는 도시 미래 전략의 관점에서 옥상녹화는 ‘기반시설화(Infrastructuralization)’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조경학에서는 “옥상녹화의 공공성 강화”, “기후 회복탄력 도시 전략과 연계”, “복합 기능화(생태+에너지+여가)”를 주요 방향으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의 Green Infrastructure 전략은 옥상녹화를 공공녹지 면적 확보 수단으로 간주하고, 각 지자체의 법정 녹지계획에 편입시키고 있다. 또한, 캐나다 토론토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신축 건축물에 대해 옥상녹화 면적을 법적으로 의무화했으며, 조경설계 단계에서 탄소흡수력, 생물서식 가능성, 옥상 활용도 등을 점수화하는 방식으로 실행하고 있다. 조경학적 설계 관점에서는 단순 식생 피복률이 아닌, 공간 구성의 다양성, 생태 연속성, 시민 활동성과의 결합이 중점 평가 기준이 된다.
5.2 제도화 및 교육·연구의 동시 강화 방안
옥상녹화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조경학은 계획·설계·운영의 전주기에 걸친 법제화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건축법과 도시계획조례에 ‘조경형 옥상녹화 유형’에 대한 세부 기준을 명시하고, 용도지역별, 건축유형별 맞춤형 옥상녹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 둘째, 공공건축물에는 옥상녹화를 기본 조경 계획요소로 포함하고, 예산 편성 및 유지관리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셋째, 옥상녹화 설계자는 식생, 토양, 배수, 경관, 사용자 반응 등 다양한 변수를 통합할 수 있는 조경 전문 자격 보유자로 지정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교육과 연구 차원에서는 ‘도시옥상 조경학(Urban Roof Landscape Architecture)’이라는 특화된 교육 모듈을 조경학과 커리큘럼 내에 구축하고, 실습 기반의 설계 스튜디오, 생태모니터링, 유지관리 실험을 연계한 연구 클러스터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책연계형 연구를 통해 ‘지역 기후조건별 최적 옥상녹화 모델’, ‘시민 만족도 기반 경관 설계모델’, ‘탄소 중립형 옥상 식생구조체 개발’ 등의 주제를 중점 연구과제로 선정하고, 국가 차원의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조경학은 옥상녹화를 통해 도시의 수직 공간을 생태적으로 회복하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이며, 도시계획의 녹색전환을 이끄는 실천적 학문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설계 기술의 진화뿐 아니라 정책, 교육, 사회적 인식의 동시 확장이 병행되어야 하며, 조경학은 그 중심축으로서 도시환경의 새로운 표준을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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